오펜하이머,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됐다"

과학을 사랑한 과학자, 오펜하이머(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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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skm2000)등록 2023.09.09 09:32
**오펜하이머를 보고 작성한 일인칭 인터뷰 기사입니다.
 

오펜하이머 영화 표지 ⓒ 유니버설 픽쳐스

 
"난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지난밤 꿈에서도 지구가 불타고 있었다. 언제쯤 이 꿈에서 벗어날까. 파멸의 연쇄 반응은 시작됐고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내 인생은 프로메테우스의 삶과 비슷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줬다. 그 후 평생 바위에 묶여 고통받았다.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를 추앙했지만, 고통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고문에 가까운 청문회를 당했다. 원자폭탄으로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엄청난 죽음을 만들어 냈다.

나 오펜하이머, 1904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유대인이던 아버지는 양복점을 했다. 사람들은 나를 천재 괴짜라고 불렀다. 1925년 하버드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영국의 케임브리지 연구소로 갔다.

유럽은 실험물리학의 중심지였고, 이론에만 치중했던 나는 인정받지 못했다. 어느 날 실험 도중 병을 깨뜨렸다. 교수는 나에게 청소시키고, 다른 학생들과 강연을 들으러 갔다. 화가 치민 나는 교수 책상 위에 있는 사과에 독을 주사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찾아가 벌레가 먹었다며 그 사과를 버렸다.

그 후 독일의 괴팅겐 대학으로 옮겼다. 독일에선 이론적인 양자역학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론적인 면만 다루는 나에게 잘 맞았다. 9개월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럽에 오래 있을수록 미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결핵 진단까지 받으면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버클리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면서 블랙홀과 중성자별에 대해 연구했다.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 주변은 공산주의자가 많았다. 이 시기에 진 태틀록을 만나 사랑했다. 캐서린을 만났고 그녀가 임신한 후 결혼식을 올렸다.

그 무렵, 물리학계의 가장 큰 관심은 독일이 원자폭탄을 개발하느냐였다. 아인슈타인 등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에 원자폭탄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미국 정부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부는 나에게 이 극비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소장을 맡겼다.

1942년,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 소장이 된 나는 미전역에서 가장 우수한 물리학자와 화학자를 모집했다.1945년, 원자폭탄이 완성됐다. 폭파 실험도 했다. 힌두교 경전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제 나는 세상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됐다."

두 개의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총 11만 명이 죽었고, 일본은 항복했다. 나는 국가적 영웅이 됐다. 하지만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는 것 같았다. 눈앞에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보이는 듯했다. 성공을 이뤘지만,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원자력위원회를 만들어 수소폭탄 개발에 대해 논했다. 나는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무시됐고, 미국은 수소폭탄 개발의 속도를 높였다. 1952년에는 첫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고통스러웠다. 지구가 불타는 꿈을 매일 꾼 건 이때부터다.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에게 반감을 품은 사람들의 작품으로 비밀정보 사용 허가가 취소됐다. 청문회에서 나의 결백을 보이려 했지만 그건 고문의 시작이었다. 내 증인들은 나의 편이 아니었다. 공산주의자이며 간첩으로 몰렸다. 그렇게 청문회에서도 비밀정보 사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난 비밀문서를 다루는 모든 공직에서 사임했다.

이때 뼈저리게 느꼈다. 학문도 정치에 의해 자유롭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미국 정부가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여했다.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사랑했다. 나도 인간을 사랑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과학은 정말 사랑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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