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윤 대통령과 추경호 부총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와 재정의 '소득 재분배 효과'는 과세와 재정 지출이 이루어지기 전과 후의 소득 불평등도의 차이를 말한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높은 소득 불평등도가 과세와 정부·공공부문의 지출로 이루어지는 정부 기능을 통해 얼마나 줄어드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를 기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국과 주요 개발도상국 등 38개 회원국을 비교하면 한국은 칠레, 멕시코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속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부실한 것은 상대적 빈곤율로도 나타난다. 과세와 정부 보조금을 고려한 상대적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그만큼 정부와 공공부문을 통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1인당 GDP로 측정할 때 경제발전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대규모 부자 감세만 해놓고, 움직이지 않는 정부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된 부동산과 금융자산 시장의 과열로 자산 불평등 역시 심화됐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적정한 조세수입과 적정한 재정지출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작년 대규모 부자 감세를 단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 고물가-고이자율, 불황, 미·중 갈등 등으로 세계 경제는 급속히 냉각됐다. 대외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결국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고 세수 부족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6월 말까지 세수는 전년 동기보다 40조 원에 가깝게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세수 부족분이 70조 원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 불안정한 서민 생활을 보살피는 재정의 재분배 기능이 발휘되려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거부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가 재정이란 칼을 써야 할 적기에 재정건전성이란 핑계로 칼만 갈고 있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반 정부 부채가 낮아 재정건전성도 양호한 나라의 정부에서 말이다.
시장이 얼어붙을 때 정부 지출을 통해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이다. 이 정부는 그것도 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계획한 지출 일부를 집행하지 않고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쓰지 않은 예산액보다 더 큰 경제활동의 위축이 발생한다. 그만큼 경기를 더 냉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얘기다.
8월 초 정부가 공개한 세법 개정안은 지난해에 이어 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게다가 가업 승계에 대한 조세감면, 결혼자금 증여세 감면 등 일부 세목에서는 부자 감세와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중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횡재세 고려해야 할 판인데...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