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Netflix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은 124.5억 달러로 10년 전보다 2.9배 성장하였고, 콘텐츠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8%에서 1.9%로 증가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거치며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가 보여준 것은 자본과 결합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다양성이다. 이제 우리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K-콘텐츠의 생태계와 K-콘텐츠 산업의 성과가 최대한 한국 경제와 문화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바로 K-OTT다.
K-콘텐츠 산업의 위상과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K-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영할 수 있는 OTT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4차 산업 분야에서 자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산업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해 우리가 K-콘텐츠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를 선점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적 과제로는, K-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며,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규모를 갖춘 K-OTT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의 전략산업으로서 K-OTT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K-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창작자에게 공정한 수익이 배분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이 창작자로부터 제작사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제작사, 배우, 작가 등의 창작자가 재상영 분배금과 같이 영상물의 재사용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력이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며 문화적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는 넷플릭스의 투자 제안을 거절하고 방영권만을 판매함으로써 지적재산권을 유지하여 창작물의 수익에 대한 자신의 정당한 기여분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OTT의 착취 구조에 맞서 자신의 몫은 스스로 찾으려는 창작자의 노력도 K-콘텐츠의 경쟁력과 독립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끝으로 K-OTT의 세계화 전략이다. 2021년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의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 홍콩, 대만을 합한 중화권 수출 비중이 36.0%로 가장 높았고, 동남아(18.5%)와 일본(15.4%)이 뒤를 이었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 비중은 62.2%로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해 10.8%p 감소하였지만, 수출액 기준으로는 10년 동안 2.6배나 증가하였다. 특히 2020년 기준 동남아 지역의 스트리밍 시장에서 K-콘텐츠의 비중은 34%로 북미(30%)나 지역(13%), 일본(9%), 유럽(7%), 중국(5%)의 콘텐츠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⑺
즉 K-콘텐츠의 가장 강력한 시장은 아시아다. 따라서 K-콘텐츠가 제값을 받기 위해 K-OTT의 세계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OTT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OTT 플랫폼이 이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해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 등의 기존 플랫폼과 경쟁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K-콘텐츠이다. 앞서 K-콘텐츠 생태계 안정적 발전을 위한 K-OTT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면, 세계 OTT 시장에서 한국 OTT 플랫폼이 힘을 가져야 K-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지속적이고 독창적인 성장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K-OTT 플랫폼의 경쟁력은 미국 기업과 달리 '공정한 수익배분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 그들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존중이다. 공정한 수익배분 담보와 다양한 지역 문화에 대한 존중은 아시아 콘텐츠가 K-OTT 플랫폼으로 모이고, 아시아인이 K-OTT 플랫폼으로 모이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이자 힘일 것이다.
20세기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라는 신화를 썼다. 그리고 이제 '선진국 대한민국의 길'을 모색할 때이다. 21세기 우리가 써야 할 신화 중 하나는 '세계 소프트 파워 강국'이다. 그리고 K-소프트 파워의 가장 강력한 잠재력은 K-콘텐츠와 이를 담을 K-OTT 플랫폼에 있다. 세계 속에서 성공한 K-OTT 플랫폼을 통해 독창적 K-콘텐츠가 수출되어 우리의 소프트 파워가 확대, 강화되는 날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김종호는 직장 찾아 부산으로 이사와 부경대학교에서 미시경제학과 산업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타인의 간섭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과 잘 맞아 시장경제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고 시장경제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다.
송현석은 한양대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교원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감 정책비서와 국회 보좌관, 교육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 한양대 국가전략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선진국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021년에 포스트86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연구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를 만들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