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교사의 몇몇 학부모의 일탈행위나 교사의 불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작업장 위험요인으로 상정하고 예방·대응 체계와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셔터스톡
하지만 불과 5년 뒤, 한 교사의 죽음과 이를 계기로 속속 드러나는 '학교라는 일터'의 상황을 보면서 어쩐지 자책감이 들었다. 일본의 경험을 본다면 우리 사회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최근에 알려진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 행동은 실로 다채롭고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이었다.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았나 싶지만, 매번 이전보다 더 강력한 빌런이 등장한다. 예컨대 글을 쓰는 이 시간 트위터에는 '직위해제'와 '왕의 DNA'라는 검색어가 트렌드에 나란히 올라 있다.
하지만 으뜸 진상 사례를 가려내 그를 비난하는 데 열정을 쏟는 것은 문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시민'보다 '소비자'로 정체화하는 시대에, 이러한 괴롭힘과 폭력은 그야말로 만연한 직업적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유별난 소수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교사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체계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 작업장 폭력(workplace violence)은 북미와 유럽에서도 중요한 이슈인데, 학교는 보건의료 현장과 더불어 폭력 요주의 작업장 중 하나로 취급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 문제를 몇몇 학부모의 일탈행위나 교사의 불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작업장 위험요인으로 상정하고 개별 학교 차원의 예방·대응 체계, 그리고 교육 부문 종사자 보호를 위한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히 해둘 것은 노동자 보호의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사업주 의무로 정하고 있다. 또한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과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원지위법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의 책임을 관할 교육청과 유치원·초중등학교의 장에게 부과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일본 사례와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핵심 문제는 교사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괜히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처리한다. 혹시라도 '아동학대'에 대한 책임이 넘어올까 우려하여 학부모의 말만 듣고 직접 교사를 신고하는 교장·교감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노동자를 경영진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과연 다른 분야에도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란 대체 어떤 곳일까?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폐암에 걸리고, 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학부모의 가혹한 괴롭힘 끝에 교사가 학교를 떠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일터. 이런 위험천만한 공간에서 과연 아이들이 제대로 커나갈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는 사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교사에게조차 이러한 일터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