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자 독일 <포커스> 기사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대회, '국가적 수치'"
포커스
사전에 적절한 점검과 준비를 했다면 같은 돈을 쓰고도 망신을 사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혹여 국가적 망신이 두렵다고 언론을 통제한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더 큰 차원의 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혹은 실제로 불거졌다. 4일 자 영국의 <가디언>은 취재차 방문한 현장에서 취재의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취재는 델타 구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제한됐고 텐트 지역을 포함한 다른 장소는 가볼 수 없었다고 한다. 참가자들과의 면담은 잼버리 언론팀 동석 하에 이뤄졌고 그 이유는 참가자들을 학대, 괴롭힘, 오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취재가 허용된 델타 구역에서는 북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속에서의 인터뷰 내용은 참으로 건전하고 밝다. 한 참가자는 샤워장, 화장실 사용 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재미있는 활동들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말한다. 또 한 참가자는 더위 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호의를 느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카우트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기자에게 말한다.
그런데 <가디언>의 취재 후 반전이 일어난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 참가자가 기자에게 따로 찾아와 인터뷰 때와 다른 말을 했다고 기자는 전하고 있다. 조금 전 인터뷰 내용을 철회한다면서 관계자가 동석한 채로 인터뷰를 진행해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기자에게 고백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국가적 수치' : 한국에서 스카우트 잼버리가 악몽으로 변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를 조명하고 있다. 더위로 인한 문제 외에 열악한 시설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 대회였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독일의 유력 주간지
<포커스> 역시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대회, '국가적 수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주간지는 폭염 속에서 쉼터와 물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14세에서 17세 사이의 아이들이 모기에 포위돼 있다며 한탄하는 한 영국 부모의 말을 전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 '국가적 수치'인가. 더위, 열악한 화장실, 부족한 식수… 물론 아닐 게다. 이번 사태에서도 전 국민과 전 세계 언론의 우려 속에서 여타 대형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책임지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이 진짜 한국의 수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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