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당신의 귀에 서간도 바람소리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54화 :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

등록 2023.08.04 14:33수정 2023.08.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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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 포스터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 포스터 ⓒ (사)안동문화지킴이

 

나를 항일작가로 이끄신 분들

나는 그저 평범한 국어교사였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순정소설이나 생활 에세이를 쓰면서 지내려고 했다. 그런 가운데 1999년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박 선생님, 이번 여름방학에 뭘 하실 겁니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럼 토요일 오후 서초동 제 사무실로 와 주십시오."


1979년 당시 나의 고종 아우가 유신 반대 유인물을 영등포의 한 극장에 뿌려 영화상영이 중단되고 기동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아우가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시골에 사시는 고모부가 그 사실을 알고 서울로 와서 아들 면회라도 하고자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아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한밤중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한 학생의 아버지가 검찰청에 다닌다고 하여 연결해줘 특별 면회가 성사된 바 있었다. 알고 보니 당시 관할인 영등포지청(현, 서울 남부지청)의 이영기 검사장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마침 한 에세이집을 펴낸 바 그때의 고마움으로 그 학생에게 우송한 바, 학생 대신에 그 아버지가 책을 정독한 뒤 식사 대접을 받은 바 있었다.

 
a  안동 임청각의 군자정

안동 임청각의 군자정 ⓒ 박도

 


토요일 오후 서초동 법원 가의 그분 사무실로 찾아뵈었다. 그 무렵 그분은 전주지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낯선 두 분이 동석하고 있었다. 한 분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 이항증 선생이라 하였고, 또 다른 한분은 남만주 호랑이로 알려진 일송 김동삼 독립지사의 후손 김중생 선생이었다.

이영기 변호사는 그 몇 해 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당신 집안(고성 이씨)의 석주 어른의 발자취를 더듬고자 중국 일대를 답사한 뒤 돌아왔으나 평생 법조문에만 익은 문체로 도무지 글이 쉽게 쓰이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두 분 안내를 받아 중국 일대 항일유적지를 다녀올 수 없겠느냐고 내 의사를 물었다.


동행 두 분 중 한 분이신 김중생 선생은 중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그 몇 해 전 영주귀국을 한, 중국 통이요, 전직 역사 교사였다. 게다가 한때(6.25전쟁 때)는 인민군으로 남침에 앞장섰던 인물이라 하기에 호기심이 부쩍 가는 좋은 길잡이 같아서 즉석에 허락하자 그 자리에서 항일유적답사단이 꾸려 졌다. 그 모든 비용을 이영기 변호사가 부담키로 했다. 내가 몹시 미안해하자 "사건 하나 맡지 않은 거로 하겠습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했다.
    
a  유하현 삼원포에 최초 동포 교육기간 경학사 옛 터, 뒷산은 대고산

유하현 삼원포에 최초 동포 교육기간 경학사 옛 터, 뒷산은 대고산 ⓒ 박도

   
안동 임청각에서 고유 인사를 드리다

우리 답사단 세 사람은 국립묘지 임정 묘역과 석주 생가인 안동 임청각에 가서 고유 인사를 드린 뒤 1999년 8월 1일부터 중국 곳곳의 항일유적지를 둘러보고 8월 11일 귀국했다. 그런 뒤 1년 후인 2000년 9월 25일 나는 <민족반역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현재는 '항일유적답사기')라는 항일유적답사기를 펴냈다.

그 후 그때 답사 도중에 만난 고향 출신의 허형식 항일 파르티잔에게 감동하여 혼자 북만주 벌판을 헤맸고, 귀국 후 국내 호남의병 전적지 답사로 전라남북도를 여섯 차례 누비면서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를 펴냈다. 그러고 나서 국외의 안중근 의사 마지막 행적지를 160여 일 답사하고 <영웅 안중근>을 펴낸 뒤 얼치기 독립운동 기사나 책을 쓰면서 지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자 집안을 정리하고 50여 가족단을 이끌고 만주로 가 독립운동 기지를 만들어 국권을 회복케 한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압록강을 건넜다. 그곳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우선 동포 교육기관 경학사를 개설한 다음 서울에서 온 우당 이회영 등과 힘을 모아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본격 독립군을 양성하는 등 국권 회복의 힘을 길렀다.

그리하여 장지락을 비롯한 조선의 많은 지식인과 지사들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건너가 여러 독립군단 그리고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세우면서 독립의 그날을 기약했다.
    
a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 이항증

   
자녀 교육에 최상의 피서 여행

올 여름 '(사)안동문화지킴이'들이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로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를 연극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연극의 제재는 석주 손부 허은 여사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를 바탕으로 한 독립운동 이야기로 자못 그 기대가 크다.

허은 여사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는 <내가 항일유적답사기>와 <허형식 장군>을 집필할 때 위편삼절처럼 들춰봤던 귀중한 책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독립운동은 남자들이 했지만 진짜 고생은 의식주를 책임졌던 여성들이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번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는 2023년 8월 4일부터 9월 9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 17: 30분에 안동시 태사길 13 태사묘 실경무대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이 여름 휴가철 육사 고향인 안동을 둘러보고 무더운 여름밤에는 역사극 <서간도 바람소리> 공연을 보면 어떨까. 자녀들에게 더 없이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추천하는 바다.
 
a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저자 허은 여사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저자 허은 여사 ⓒ 이항증

 
#<서간도 바람소리>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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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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