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IAEA의 종합보고서를 함께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보증수표나 되는 듯 의기양양해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이 다르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하고 군사적 목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의 기구이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식 중 하나가 핵발전이고,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로 발생한 것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이다. 핵발전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기구가 애당초 아니다.
이 기구는 대단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수행한 것 처럼 이야기하지만, 1070개 탱크 중 3개의 탱크에서 '일본 정부가 채취'해 준 시료를 분석의뢰했다. 핵종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 밑바닥 슬러지의 방사능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오염수 핵종 농도를 측정하려면 전체 오염수를 섞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뜬 시료를 그대로 받았다는 것이다(도쿄전력 관계자는 지난 6월 8일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 '원전제로·재생에너지 100 모임'에서 교반 작업 없이 윗부분의 오염수를 채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15일 IAEA가 확증 모니터링에 활용한 오염수 시료는 교반 장치를 통해 '균질화' 작업을 거쳤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통해 핵종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이 장치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고, 제대로 작동하는지의 여부는 공개된 바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번 보고서도 이 장치의 성능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 설정한 방사선 관련 기본 안전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다.
원칙에 따르면 해양 방류 외에 더 최적화된 다른 대안들 즉, 오염수의 대형 탱크에 보관하거나, 고체화 하는 방법 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위험성을 축소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보고서를 사용한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덧붙인 말에는 실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이 결론이 과학적인 것이라고 신봉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체 과학이란 무엇이었을까?
왜 위험하다고 하나?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는 지금도 수습되지 못하고 노출된 채 높은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이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와 빗물, 유입된 지하수들이 섞인 것으로 그야말로 방사성핵종으로 오염된 오염수다.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이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종류도 많고 독성도 강하다. 삼중수소, 세슘-133, 세슘-137, 스트론튬-90 등이 잔존해 있는 오염수이지만 이것을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거친 '처리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장치로 제거할 수 있는 핵종은 없다. 다만 그 농도를 낮추는 것만이 가능한 저감 장치일 뿐이며, 그 성능은 검증된 바 없다.
오염수는 먼저 1) 세슘 흡착 장치를 이용한 세슘 농도를 저감하고, 2) 스트론튬 농도를 저감하고, 3) 담수화 장치를 통해 염분을 제거하고, 4) 다시 냉각수로 재이용하고, 5) ALPS로 62종 핵종을 저감시켜, 6) 탱크 보관이라는 6단계를 거친다는데, 이때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제거도 저감도 되지 않는다.
오염수 해양투기 외에 다른 대안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