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멍웨이! 강아지 모델 오디션 현장을 찾다

'패션1번지' 압구정 로데오서 열린 개(!)특별한 런웨이

검토 완료

박재림(sunrise01a)등록 2023.07.27 15:38

강아지 패션모델 오디션에 나선 참가팀들. ⓒ 런샷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런웨이. 음악이 시작되자 모델은 '엣지' 있는 발걸음으로 무대를 접수한다. 우아한 턴 동작에 관중의 박수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그 열광적인 반응에 화답하며 모델이 당당하게 외친다.
 
"멍멍!"
 
지난 7월 22일 '패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비코드라운지에서 특별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반려동물패션 브랜드 런샷(LLUNSHOT)이 주최한 공개 오디션으로, 오는 9월 <얼킨 패션쇼>에 참가할 강아지 모델을 뽑는 자리였다. 얼킨(ULKIN)은 프랑스 파리패션위크 참가 경력의 이성동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친환경 업사이클링패션 브랜드다.
 
오디션을 통과한 강아지는 런샷의 반려동물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얼킨 패션쇼 무대를 누빌 예정. 반려동물인구 1500만 시대를 맞이한 이 땅의 반려견 위상을 실감하는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이날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나선 이성동 디자이너는 "오래 전부터 반려견 모델 런웨이를 구상했다. 신효주 런샷 대표와의 논의로 마침내 성사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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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패션모델 오디션 패션모델과 함께 런웨이 중인 강아지 '태봄이' ⓒ 영상 제공 : 런샷

   
MC딩동의 사회로 진행된 공개 오디션은 사전 1차 심사를 통과한 50개 팀(반려견+보호자)과 일부 현장 접수팀이 시간대를 나누어 참가했다. 진돗개, 시바견, 푸들, 말라뮤트, 보더콜리, 셔틀랜드 쉽독, 폼스키, 포메라리안, 카발리에 킹찰스 스패니얼, 시베리안 허스키, 프렌치 불독, 잭 러셀 테리어, 비숑 등 다양한 견종이 자리를 빛냈다. 포항, 천안 등 지방에서 상경한 팀도 적지 않았다. 주최 측 런샷은 참가팀에 '멍푸치노'와 간식, 반려용품 등을 제공했다.
 
오디션은 김민석 패션모델이 참가견의 목줄을 잡고 니은(ㄴ)자 런웨이를 함께 걷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심사 기준을 밝히며 "패션쇼에서는 견주 없이 런웨이를 해야 한다. 낯선 모델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지를 우선적으로 볼 것"이라며 "패션쇼 콘셉트인 '호러'와 잘 어울리는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동 디자이너가 <얼킨 패션쇼>에 나설 강아지 모델을 뽑는 오디션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 제공 : 런샷

 
오디션은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했다.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 경험이 있는 강아지, 선글라스와 하와이안 셔츠로 멋을 낸 강아지, SNS 팔로어 1만 명 이상의 '독플루언서' 등이 각자의 끼를 뽐냈다. 차례가 다가오자 보호자로부터 빗질을 받는 모델, 목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델, 워킹은 하지 않고 견주만 멀뚱히 바라보는 모델, 런웨이 중 갑자기 멈춰 다른 강아지와 눈을 마주치는 모델 등 강아지들의 엉뚱한 매력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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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패션모델 오디션 ⓒ 박재림

 
훈훈한 사연의 참가팀도 있었다. 유기견 출신 '앙꼬'와 보호자 전하윤 씨가 주인공. 약 3년 전 시골 밭에서 발견되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지내던 믹스견 앙꼬를 전 씨가 임시 보호를 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입양을 하면서 가족이 됐다. 전 씨는 "견생에 패션모델 런웨이를 경험한 강아지가 얼마나 있겠나. 특히나 우리 앙꼬는 보호소 출신이라 이렇게 오디션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약 5시간 오디션 끝에 최종 3인, 아니 3견의 모델이 정해졌다. 화이트스위스셰퍼드 '보노', 보더콜리 '태봄', 파피용 '하루'가 주인공. 우승자 보노의 보호자 이경림 씨는 "평소 각측보행(사람의 좌측에서 개가 나란히 걷는 것) 훈련을 자주한 덕분"이라며 "다가올 패션쇼를 위해 보노와 더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2위 태봄이의 보호자 안예슬 씨도 "강아지 이름이 별(台)처럼 빛나고 봄처럼 따스하게 살라는 의미인데 이름처럼 살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며 웃었다.
 

오디션 1위를 차지한 보노. 그 앞으로 트로피와 상품 '멍페리뇽'이 보인다. ⓒ 박재림

 
오디션을 마친 이성동 디자이너는 "보호자가 반려견을 자식처럼 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과를 떠나 모든 참가자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50여 마리 강아지와 동반 런웨이를 마친 김민석 모델도 "경력이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런웨이는 처음이다. 강아지마다 교감 정도가 달라서 신기했다"며 "4개월차 초보 견주라서 더 뜻 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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