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고구려유적전시관에 전시 중인 아차산 4보루 모형. 보루를 지키는 병사들의 거주 시설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보루의 오른쪽 맨 위 귀퉁이 흰색 표시가 붙은 부분이 간이 대장간 시설이다. 2023년 2월 28일.
정진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숭례문과 같은 아주 귀한 우리의 국보를 고치는 데 대장장이가 필수 인력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겼다. 화마에 무너져 내린 국보 1호 숭례문을 다시 세우면서 우리의 옛 대장간 기술이 필요했다.
대규모 목재 건축이어서 옛날 방식의 쇠붙이들이 무척 많이 들어가야 했다. 문화재로 보호받는 우리나라 건축물 중에는 목재 구조물이 유난히 많다. 그 목재 건축물에는 철물(鐵物)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먼 미래에까지 그 문화재들을 계속해서 수리하고 남기기 위해서라도 옛 철물 기술을 아는 대장장이의 존재해야 한다.
다섯 번째 '신화 속 대장장이', 우리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대장장이가 신적 존재로 그려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고구려인들은 대장장이를 불의 신이나, 농사의 신, 수레바퀴의 신처럼 아주 귀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무덤을 쓰면서 부장품을 많이 넣어 두었다. 저세상에서 살아갈 때 필요하다고 여기는 물건들이었다. 대장장이를 무덤에 그려 넣었다는 건 살아 있을 때 꼭 필요한 물건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존재인 대장장이가 죽어서도 필요하다고 여긴 거였다.
여섯 번째에서는 우리나라 유명 소설 중에서 대장장이를 마치 주인공처럼 중요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김훈의 <현의 노래>와 <남한산성>이다. <현의 노래>는 마치 대장장이 소설처럼 느껴졌고, <남한산성>에서는 한낱 대장장이가 나라의 운명을 걸머진 인물로 그려졌다. 작가는 대장장이가 '한낱'이라고 말해도 되는, 그런 하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열 번째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귀에 익숙하도록 들어온 '세마치장단'이 대장간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들었다. 대장간의 마치질 소리가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랫가락이 되었다는 건 대장간이 그만큼 사람들의 삶과 가까이 섞여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요새는 그 대장간이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열두 번째, '대장간과 철학'에서는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상가 중에는 대장간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고, 심지어는 율곡 이이 같은 분은 직접 대장장이로 나서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농기구와 맨손어업의 각종 도구도 대장간이 있기에 우리의 손에 맞추어 만들어낼 수가 있다는 점도 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속인이 쓰는 물품 중에도 대장간이 아니고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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