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차관 임명, 스포츠영웅의 소비가 아니길

메달리스트 장미란에서, 체육행정가 장미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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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mlponty)등록 2023.07.10 15:45
메달리스트의 문체부 2차관 임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역도 메달리스트 장미란 교수(이하 장 차관)가 체육행정가인 차관으로도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걸어온 스포츠영웅으로서의 기억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스포츠영웅의 능력이 체육행정가의 능력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수십 년간 체육 정책을 연구하고 고민했던 많은 체육행정가와 정책전문가들, 그리고 체육 개혁에 이바지한 수많은 전문가가 즐비하다. 그런 전문가들을 뒤로하고 '스포츠영웅' 장미란 차관이 임명된 것은 체육계에 대한 정치계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체육 분야에 이미지가 '스포츠영웅'으로 대변되는 시대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대리 경쟁으로 스포츠를 소비하는 수준이다. 그 이면에 반세기가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학생선수의 낙오와 희생, 비교육적인 학교운동부의 육성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없다. 가끔 사건과 사고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인식 정도이다. 학생선수, 운동선수들이 특별하다는 방관자적 태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생선수, 운동선수는 특별하지 않다. 똑같은 학생이고 시민이다. 장미란 차관의 임명 또한 특별하게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메달리스트의 능력은 체육행정가의 능력이 아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그동안 그 일을 위해 얼마나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으며, 능력을 입증할만한 업적을 세워왔는가를 통해서이다. 새로 임명된 장 차관의 경우 그것이 아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의 이미지, 스포츠영웅으로서 보여준 능력 이외에 우리나라 체육 행정을 총괄할만한 능력을 보여준 바 없으므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스포츠영웅으로서 성공했듯이 차관으로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면 명백한 '권위에의 오류'이다. 시장에서 상품을 팔 때 유명한 인기 연예인의 광고가 먹히듯 체육 분야를 총괄하는 막중한 문체부 2차관의 능력을 메달리스트라고 해서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체육 정책의 막중함을 그런 이미지 수준으로 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장 차관이 적어도 차관직을 수행할 때만큼은 스포츠영웅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길 바란다. 잘하리라는 기대는 스포츠영웅 장미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체육 정책에 대한 올곧은 판단과 실천에 걸려있다.
 
이미지를 벗고 올곧은 정책 판단으로 가주길
 
선수 시절 세계적인 역도 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지만, 그 금메달의 여정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중도 포기 학생선수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그들이 포기자가 되지 않을 정책을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금메달의 여정은 오로지 자신의 역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점철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 성공한 대다수가 그런 것처럼 능력과 노력의 당연한 결과로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 장 차관이 학위를 하고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 내내 우리나라 체육정책과 전문체육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칼럼이나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이 가장 걱정되는 바다. 장 차관이 '열심히' 차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체육 정책의 전면에 선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체육 정책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갖고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전 정부의 최윤희 전 차관이 그랬듯이 정치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차관이 되거나, 우리나라 체육 정책의 문제점을 방치한 차관이 될 수도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
 
장 차관은 역량 부족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운동선수일 때 답변과 다르지 않다. 차관이라는 막중한 직무에 걸맞은 체육행정가로 변신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체육 정책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체육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질적인 개혁과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장 차관 스스로 학교운동부를 통해서 성장한 만큼 현재 학교운동부가 놓여있는 학생의 권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지 알 것이다. 과거 실업팀 선수로서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견으로 체육계 화두를 던진 것 또한 공부에 대한 장 차관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물론 아마추어와 프로는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운동부에서는 현실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학생선수들 공부할 수 있게
 
오랜 세월 학교운동부는 우리나라 전문체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어왔지만, 학습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감수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학생선수의 정상적인 학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회출전으로 인한 인정 결석일이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사실상 어렵고, 공부냐 운동이냐의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운동에 선택해도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탈락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학생선수가 패배자가 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 그래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려는 잠재된 스포츠천재들은 학교운동부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학생선수라 하더라도 공부를 병행하는 정책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다.
 
우리나라 체육 정책의 총괄은 장 차관 자신처럼 성공한 메달리스트와 전문체육 종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도 포기 학생선수들, 그리고 대다수 일반학생, 나아가 모든 국민을 위한 체육 정책을 포함하는 일이다. 그런 시야에서 체육 정책을 펼쳐주길, 스포츠영웅이 아닌 제대로 일한 체육행정가로 자리매김해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병호 스포츠인권연구소 학교체육통합준비팀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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