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이기는 힘 '소통'

복진오 감독의 다큐 '로그북'이 보여 주는 희망

검토 완료

이은희(gangmin)등록 2023.06.26 16:21
복진오 감독의 다큐 "로그북"을 보았다. 세월호 참사 304명 희생자 중 292명의 시신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 중 한 분인 고 김관홍 잠수사 7주기를 기해 지난 24일 4.16 해외 연대를 비롯한 여러 해외 단체들이 주최한 온라인 추모회에서 상영되었다.

거짓을 이기는 소통의 힘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새벽 7시 40분의 전원구조 소식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하여 민간 잠수사 어른들과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들의 만남으로 마무리된다. 시작 부분의 주요 장면과 마치는 부분의 주요 장면은 영화가 거짓말에서 시작하여 그 거짓 투성이 세상을 이겨나가는 연대의 시작을 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과정은 떨칠 수 없는 기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울음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이들의 참담함 심경으로 점철되어 있다.

슬픈 소재, 아픈 영화 '로그북'은 아주 잔잔한 희망을 불빛을 끄트리지 않아서 고맙다. 세월호 참사가 '안전'의 문제 뿐 아니라 '소통'의 문제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권력이 조직적으로 책임져야 할 '안전'의 문제 앞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국가과 사회의 주인들 사이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 방송으로 아이들을 무참히 죽이고, 의문의 '전원구조' 방송이 나가고,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민간 잠수사들을 모함한 그런 거짓 사회 속에서 살아남고 싸우기 위해 기본이 되는 '소통'. 아이의 시신을 수습한 잠수사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머니의 마음, 권력과 언론의 이간질을 넘어서서 서로 만나 마음을 통하는 잠수사들과 어머니들... 영화는 그런 '소통'이 가져다주는 힘으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첩첩으로 각인된 죽음

하지만 그 '소통'으로 가는 일에 주인공들을 수많은 '죽음 각인'을 견뎌야 한다. 각인된 죽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죽음 각인'이란 트라우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눈 앞에서 생명이 거두어지는 죽음 각인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이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지고 죽음의 충동이 많게 된다고.

세월호는 우리 사회 '안전'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우리 개개인의 영혼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의 문제이기도 했다. 잠수사 어른들의 내면의 고통을 전해 주는 이 영화. 이 소통을 위해 감독은 얼마나 또 아팠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에 따르면, 영화는 참사 당일부터 7월 19일까지 당시 잠수사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었다. 7층 8층 건물 높이 정도 되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겪은 장면들, 여러 아이들이 갇혀 죽어가면서 서로 뭉쳐져 있던 모습, 함께 손을 꼭 잡고 죽은 아이 중 한 명만 우선 데리고 와야 할 때 그렇게 손을 놓지 못하던 아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잠수사 어른들에게 고통이었다.

"일이 힘들다, 다이빙이 힘들다, 잠수병 이런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니까요"

하는 어느 잠수사 어른에게 세월호는 특별한 죽음을 겹겹으로 각인했다. 울지 않으려 애쓰지만 눈빛에는 통곡이 어려 있다. 대한민국의 여전한 현재형이다. 

하지만, 로그북은 또 소통을 위한 또 하나의 질문도 내놓았다. 292명 시신을 수습하고 잠수사들은 선미쪽으로 가서 나머지 시신을 구할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참사 86일째인 7월 10일에 철수해야 했다. 7월 4일에 나타난 미 해군 중령 출신이란 하사람이 특별한 방법으로 날씨와 무관하게 바다에 들어갈 수 했지만, 정작 시험잠수를 하게 되었을 때 제대로 하지 못하자 어느 해군 대령이 항변한다. 전날 회의 때믄 악조건이어도 상관 없었다고 하지 않았으냐면서. 그렇지만 새로운 잠수 방법의 대두는 결국 잠수사들이 교체 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뿐이다. 마치 민간 잠수사들을 내쫓기 위해 미군 나타난 것 같은 모양새이다. 딴말하는 미군에게 항변하며 전날 회의를 상기한 그 해군 대령은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잠수사를 쫓아내기 위한 작전이었을까? 

영화 속 김관홍 잠수사의 부재

한 관객이 감독에게 질문했다. 정작 7주기 추모의 대상인 김관홍 잠수사가 영화 속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질문에 감독이 답한다. 고 김관홍 잠수사는 영화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거부를 하기도 하고 승낙을 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 복잡한 심경을 감독은 이해했던 것 같다. 고인이 세상을 작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에서 김관홍 잠수사는 영화에 드러나지 않기를 원했고, 감독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영화에 그의 모습을 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속 김관홍 잠수사의 부재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김관홍 잠수사가 고통하는 순간순간을 매번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 복진오 감독의 외로운 선택이 '로그북'에 빛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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