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재개발 '한남3구역', 제 추억도 재개발 될 수는 없습니다.

20년 넘게 살아온 보광동, 재개발로 인한 짧게나마 회고해 봅니다.

검토 완료

서한솔(seobangsil)등록 2023.06.26 09:49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3구역')이 지난 6월 23일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고 용산구보에 게시되었습니다. 주택재개발이 진행되는 정비구역의 면적은 38만 6395.5㎡에 해당합니다. 정비구역을 모두 정비하고 새롭게 세우는 건축물의 연면적은 104만 8998.52㎡라고 합니다.

면적으로만 보니 체감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전에도 한남3구역 재개발은 지상 최대의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2009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진행되었지만 조합설립 등 어려움이 있었고, 그에 따라 사업이 잘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용산참사가 발생했었기에 급속도로 추친하는 것은 매우 무리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오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협상이 진행됐어야 바람직한 행정인데, 극한의 투쟁과 갈등으로 나타난 건 정말 서울시장으로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사건"이라고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말했다.
- 한겨레 기사(용산참사가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 탓"이라는 오세훈, 2021. 3. 31) 중 일부 인용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 서울시 정비몽땅 누리집에 업로드 해 둔 배치도이다. 2019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업로드 한 사진으로 보인다. ⓒ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 20년 동안 내가 느낀 보광동과 한남동의 삶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둔 배치도와 조감도를 보니 '지상 최대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벽돌집과 슬라브집이 즐비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으로 가기 위해 등반해야 했던 높은 언덕도 모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어렸을 때 부터 보광동이라는 곳에 살았습니다. 보광초등학교, 오산중학교, 오산고등학교를 다니며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학교가 있고 필요한 시설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다는 것인지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로와 같은 동네 건물에 숨어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네병원을 다니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기도 했고, 다른 지역으로 놀러갈 때면 교통의 요지인 이 곳에서 열차를 타거나 차량을 이용해 고속도로를 타기도 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고속터미널을 방문해서 버스를 타고 놀러가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추억들이 모두 재개발로 사라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 재개발로 없어진다는 '보광동', 추억은 누가 배상해주나
20년 동안 살았던 동네가 재개발된다는 것은 상상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정확히 표현해보자면 재개발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재개발 조합 추진위원회의 총회 현수막이 붙어도 사실상 어렵겠다는 생각을 주로 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재개발을 한다는 이야기를 수 년 동안 들었습니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지금 이 시점은 별로 달갑지가 않습니다.

항간에는 '보광동이라는 지명이 없어진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나인원 한남, 블루스퀘어, 유엔빌리지 등으로 대표되는 한남동이 부촌으로 더욱 급부상하게 되면서 인근 지역명을 사용하면 땅값과 건물값이 올라간다는 경제학적 판단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년 동안 보광동에서 살아온 저에게는 그리 행복한 소리만은 아닙니다. 재개발이 완료된 이후 임대주택에 들어가 조금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겠다는 청사진은 있지만, 그 때의 청사진에도 '보광동'이라는 동네의 명칭이 붙길 바라는 꼬릿말도 함께 붙어있습니다.

재개발을 진행되는 지역과 동네, 대한민국을 볼 때 마다 참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재개발을 통해 시민들이 정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효과, 더불어 경제적인 효과까지 이어지는 것은 모두 좋은 효과입니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추억의 동네를 잃고 떠나야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 줄 수 있을까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승인된 이후 재개발 조합에서 게시한 현수막이다. 현수막 뒤로 보광동 일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 서한솔

 


▶ 재개발로 인해 없어질 동네에 대한 기록 필요하지 않을까
며칠 전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재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대략 10년 이라던데, 그러면 내 나이가 67이다.'라고 말이지요. 생각해보니 저는 재개발이 되면 약 37살이 됩니다. 한참 경제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시기에 재개발이 완료되는 것이지요.

어떤 분야를 10년 동안 파고들면 전문가가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누군가는 10년의 세월은 극복하기 힘들다고도 말합니다. 보광동이라는 그저 작은 동네가 없어지고 새롭게 탄생하는데 필요한 10년. 그 10년이 오기 전에 사랑하는 동네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추억을 회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역사적인 가치와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해있던 보광동을 추억하는 작은 기념관 하나라도 용산구에서 마련하여 누구든지 옛 동네에 대한 추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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