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에도 가계대출이 계속해 증가하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2162억 원으로 5월 말(677조 6122억 원)보다 640억 원 불어난 상태다. 세부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0조 1596억 원)이 22일까지 4834억 원 늘었다.
연합뉴스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아파트 가격의 하락 폭이 커졌고, 주택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역전세 및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이 일어났다. 사실 전세사기 문제는 '악한 일부 집주인'들이 만들어낸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주택시장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고, 그렇기에 더 나아가 주택정책의 책임이 일정부분 있는 문제다.
매물은 쌓여가는데 매수하려는 사람은 없다.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영끌까지 해서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야 이자가 오르더라도 버틸 수 있지만 주택가격 하락기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버티기가 힘들다.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주택정책은 주택가격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주택가격이 오르자 규제정책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대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과 박근혜 정부는 주택가격이 내리자 규제 완화 정책으로 투기수요까지 시장으로 불러들여 '시장을 살리려고' 했다.
주택가격 급등, 급락 시 정부가 썼던 정책이 다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여 주택시장 변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주택시장 변동성(가격의 급등, 급락)에 따라 주택정책의 방향을 180도 바꾸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단기적인 정책 수단의 동원으로 인해 장기적인 도시계획 및 공급계획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국민적 불신은 진보와 보수정권이 합작해서 만든 결과이다.
'부담가능한 주택' 공급 늘리려는 노력 필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서구의 주요 국가들도 세계시장 환경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을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택가격의 급등과 주거비 부담의 심화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에 새로운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주택정책 접근 방식은 한국처럼 온탕과 냉탕으로 오가는 '갈 지자'(之) 행보가 아니었다.
한국이 가격 변동성에 따라 수립된 장기적 공급계획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공급대책을 마련한다면, 이들 국가는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을 기존의 계획에서 찾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한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공급을 주도하는데, 이들 국가는 지방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개발부지(신도시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하향식 주택공급 정책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주목할만한 정책은 사회주택(Social housing) 등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의 공급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주거에 대한 수요를 추정하여 세부적인 주택공급 물량을 수립한다. 더구나 공급할 주택의 수량과 입지까지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마련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무작정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도시의 미래상과 주택공급계획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에 비해 한국, 특히 서울은 어떠한가?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외면하고 공급만이 선인 양 도시재개발 지정을 남발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공급하는 부담가능한 주택은 공급을 독려하기는커녕 적폐로 취급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기사가 그런 세태에 대한 예시다.
오세훈 "박원순표 사회주택은 세금낭비…SH에 법적 대응"(머니투데이/2021.8.27.)
주택시장의 변동성에 냉탕과 온탕으로 오가는 주택정책 말고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택정책을 제안한다.
일관되고 안정된 주택정책의 방향성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