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가운데 앞) 등이 차에 탄 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하 특보)은 아들의 학교폭력(이하 학폭)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입장문을 배포했다. 요지는 아들이 다른 학생과 물리적 다툼은 있었지만 인터넷 등에 떠도는 학폭 행태는 사실과 동떨어진 일방적 주장이며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과의 통화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것이었을 뿐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민간인 신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 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다룬 "MB 청와대 핵심실세 아들의 '학교 폭력 은폐' 의혹"을 "악의적인 프레임의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에서 보도한 무책임한 행태를 개탄하며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끝을 맺었다. 보도 당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갈 수 있고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동관 특보 주장대로라면 학생A로 지칭된 그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인지, 가짜뉴스에 의해 악마화된 피해자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생A의 가해 사실은 MBC 보도가 아니더라도 여러 곳에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드러났다.
2015년 서울특별시의회 하나고 특별조사 과정에서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됐고, 같은 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내용이 다뤄졌다. 2011년 피해 학생들 진술서에는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꼴로 때렸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했다' 등 구체적인 폭행 사실이 적시됐으며 서울교육청 특별감사에서는 하나고가 학폭 사안을 보고 받고도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이동관 특보의 입장문이 나오기 전까지 아들의 학폭은 증거와 증인에 의한 사실적 명제였다. 그 명제가 입장문 하나로 따져봐야 할 학폭 '의혹' 사건으로 변질됐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학폭 가해자와 학폭 처벌을 무마한 권력은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로 바뀌었고, 가해자의 빈 자리는 '악의적 프레임의 가짜뉴스'라는 수식어를 단 MBC에 돌아갔다.
입장문의 대미를 장식한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였다'라는 표현은 이동관 특보에게 소회일지 모르지만, MBC에는 섬찟한 경고와 협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에서 오랫동안 홍보 라인을 총괄했던 이동관 특보는 언론장악의 설계자로 지칭되는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를 언론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사실상 내정했다. '악의적인 프레임의 가짜뉴스'와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두 문장에 감춰진 속뜻은 MBC에는 경고와 협박, 지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MBC 해결사를 자처하는 충성의 맹세로 읽힐 수 있다.
"임명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