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랩이 진행한 체험 프로그램 홍보물
퍼즐랩
권 대표도 로컬을 찾는 이들이 마냥 반가운 건 아니다. 서울·수도권 청년들이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로컬을 경험하도록 하지 않고, 처음부터 적지 않은 돈을 쥐여 주면서 마치 미개척지로 보내듯 등 떠미는 사업, 그리고 그런 사업으로 공주를 찾는 이들은 불편할 때도 있다고 했다.
"로컬에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미개척지나 식민지로 본국 청년들을 내려보내는 듯한 태도는 달갑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지역에서 성장한 팀들이 조금 더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그는 최근 로컬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면서 꼭 어떠어떠한 조건을 갖춰야만 로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편견이 깨져가고 있고, 또 마을 안에서 주민 스스로도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무척 반갑다고 했다. 30~40대 남성이 독차지하던 멘토 그룹 안에 최근 20~30대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도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했다. 물론 걱정도 있다.
"몇 년 앞서 시작한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메시지로부터 뽑아낸 몇 가지 키워드들만으로 복제에 나서려는 모습은 걱정스럽기도 해요. 최근 모 공모사업에 선정된 팀들을 살펴봤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인지도와 상관없이 자기 색깔이 확실한 팀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사업에 선정되려고 키워드나 아이템만 뽑아서 그럴듯하게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몇 년 사이 정부·지자체 지원사업이 크게 늘면서 너무 보조금에만 기댄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퍼즐랩도 몇 년째 크고 작은 지원을 꾸준히 받아왔다.
"행안부든 중기부든 대부분 2~3년을 지원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원받는 동안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들지 못하면 안 되죠. 또 올해는 많은 사업들이 인건비를 지원해 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회사가 먹고 사는 건 스스로 해결하고 특정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데 필요한 비용을 주는 식이죠. 그렇다 해도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받다 보니까 일한 것보다 매출이 너무 적어 건전한 회사로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회사 안에서도 보조금 비중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매출로 만들어 회사의 적정 매출 수준인 10억 원에 빨리 도달하는 게 숙제예요."
이제 퍼즐랩은 마을 스테이 2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2기는 '마을 마이스'(MICE)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가리키는 서비스 산업이다. 어느 정도 규모의 숙박시설과 식당, 연회장과 교육장을 두루 갖추고 있다면 마을에서도 얼마든지 소규모 연수나 회의, 전시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공주 제민천만이 가진 매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미 있는 자원을 정확히 어느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들을 묶어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요. 앞으로는 로컬에서 운영단체를 키우는 사업이 있었으면 해요. 주민사업체에서 출발하든,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 팀에서 출발하든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의 일을 맡을 수 있는 단체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길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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