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달 31일 한일의원연맹(일한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 자격으로 윤 대통령을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회담 자리에서 "일한관계의 한층 더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그날 발행된 <지지통신> '일한관계 발전에 일치··· 스가 전 수상 윤 대통령과 회담'은 이 발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힘찬 찬동의 언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이 얼마나 강력하게 찬성했으면 언론 기사에 이런 언사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가 전 총리가 언급한 "한층 더한 발전"은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같은 날 발행된 <산케이뉴스> '일한의련, 스가 요시히데 새 회장으로 거듭날까'는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알려준다.
<산케이신문> 온라인판인 이 기사는 스가 전 총리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윤씨가 대통령 하는 동안에 일한의 과제로서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한다.
'윤씨가 대통령 하는 동안에 한일관계 과제를 전부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다가 '강하게 생각한다'라는 표현을 붙였다. 2027년 5월 9일 이전에 한국으로부터 다 얻어내야 한다는 스가 전 총리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는 말이다. 그가 이런 말을 주변에 자주 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한일관계 낙관론이 확산되는 일본 정계 분위기를 보여준다.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하는 것 중 하나는 당연히 독도 영유권이다. 일본이 윤 대통령을 만만히 보는 상황에서, 이번처럼 국가안보문서에서 독도를 빼면 일본인들의 자신감은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2027년 5월 9일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들이 있으니, 독도에 대한 일본의 공세가 향후 수년 내에 더 세지면 세졌지 약해지지는 않으리라 예견할 수 있다. 독도의 운명이 "역사의 변곡점",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미래" 앞에 있는 셈이다.
사실, 독도는 일본이 아니라도 위험하다. 지난 6일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들이 동해 및 남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를 침범한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중·러 군용기들이 독도 주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행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해군의 부활'을 상징한다는 퀸엘리자베스호 항공모함이 2021년 8월 동해에서 훈련을 한 사실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근래 들어 동해는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머지않아 북극항로의 바닷길이 개척되고, 동해를 매개로 이것이 유라시아대륙 남반부 및 아프리카를 감싸는 기존의 바닷길과 연결되게 되면 독도 주변은 더욱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독도를 탐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나 제3의 국가들도 점점 더 독도에 관심을 갖는 지금 상황에서, 윤 정부는 독도 수호를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 삭제했다. 일본의 야망을 부추길 우려와 더불어 다른 국가들의 관심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윤 정부는 일본을 의식해 이렇게 했겠지만, 이것은 여타 국가들에도 사인이 될 여지가 농후하다. 한국 정부가 독도를 외면하면 일본 이외의 국가들도 독도 주변을 마음대로 지나다니게 되리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독도를 한일관계 테두리에 묶어두는 것은 위험하다. 독도는 한중관계나 한러관계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더 많은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해진다. 이는 독도를 한일관계보다 상위에 놓아야 할 필요성을 촉구한다. 독도를 한일관계 차원에 한정시키고 일본을 의식해 독도 수호 의지를 낮추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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