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야말로 콘텐츠의 왕국이라 불리는 회사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2010년대에 들어 디즈니는 자사의 고전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본격적인 실사화를 추진했다. 성공을 향한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늘 이 작업이 양날의 칼 혹은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는 공유하는 문법이 많지만 명백한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애니메이션에서 살아 움직이는 주전자나 말을 하는 동물과 같은 비(非)인간 캐릭터의 존재는 무척 자연스럽다. 이들을 극도로 의인화하여 사람처럼 표정을 짓고 감정을 표현하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실사 영화에서 이들을 묘사할 때 적정한 선을 찾지 못하면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섞인 것 같은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혹은 인간과 너무나 유사하지만 명백히 인간이 아닌 대상을 볼 때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거나. 원작의 인기만 믿고 제작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품들이 실패했던 이유다.
하지만 누적된 실패는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나 '실사화의 무덤'으로 불렸던 게임 원작 영화들이 어느 순간 준수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전문가들은 원작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이를 실사 영화의 문법에 맞게 각색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물론 그럼에도 작가와 연출자들의 역량은 천차만별이라 망한 영화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한 영화'를 만들 최소한의 발판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 넘어야 할 더 큰 언덕이 있다. 바로 원작의 아성이다. 누군가는 그것 때문에 굳이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맞다. 하지만 원작이 보유한 인기가 실사화 작품으로 바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를 밑도는 작품이 나오면 원작이 없는 영화보다도 더욱 혹독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다. 상업적 실패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 <인어공주>는 정말로 원작을 파괴했나
때문에 인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실사 영화가 제작될 때, 작품이 공개되기도 전부터 논쟁이 벌어지는 건 익숙한 과정이다. 때로는 그 소란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애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공감할 수 없는 논쟁도 분명히 있다. 최근 개봉한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설화에 휩싸였다. 주된 이유는 캐스팅이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인 에리얼의 역할을 맡을 배우로 핼리 베일리가 발탁되었다. 배우보다는 가수의 경력이 더 긴, 영화계에선 신인에 가까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반발한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캐스팅에 반발했던 이들은 주로 핼리 베일리가 흑인이라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