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시직·비정규직 비율은 28.3%에 이른다. OECD 평균(11.8%)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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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 노동자를 대변할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이 있어도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용자와 교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우리 삶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제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 백화점·마트의 위탁 판매 및 시설관리·청소·경비 등 용역 노동자들이 있고, 택배원, 학습지·방과후 교사, 방문 판매원, 스포츠 강사, 미용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다. 음식배달원과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도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하청은 법적 개념이 아니며 원청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원청 업무 중 일부를 도급받아 수행하기 때문에 법적 개념으로는 도급에 가깝다. 그러나 진짜 도급 회사는 많지 않고 대부분의 하청 회사는 인력을 채용하여 원청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용역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하청 업체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정도의 규모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일할 때 쓰는 장비조차도 원청 소유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에 가까운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하청·용역·파견 노동자는 노동자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라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최대 근로시간, 휴게시간, 연월차 휴가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원청 회사가 하청·용역·파견 노동 등 간접노동을 선호하고 심지어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 노동력을 활용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원·하청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원청 기업을 100으로 할 때 하청 업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원청의 52.8%에 불과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원청 사업주는 법적으로 사용자 의무를 갖지도 않는다. 하청·용역·도급 노동자의 법적 사용자는 하청 업체 사업주이며, 파견 노동자는 파견 사업자가 사용자이고, 특수고용 노동자는 사용자가 없다. 원청은 계약의 파기와 단가를 결정할 수 있어 업체의 생존은 물론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를 무려 50% 가까이 절감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사용자로서의 의무도 갖지 않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간접고용 노동자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노동 3권의 유린과 늘어나는 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