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 회복 과정 그래픽
NOAA
해체된 지역 사회
사고는 지역 사회 주민의 경제적, 정서적 문제를 야기했다. 사고 지역에서는 청어, 연어, 게, 볼락, 새우 등의 상업 어업이 중단되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3만 2000명 이상이 3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11] 일부 지역에는 레저용 어업이 완전히 중단되었으며, 관광산업이 영향을 받았다.
알래스카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유류 유출 사고 직후 약 1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12] 관광 지출 역시 알래스카 중남부에서 8%, 알래스카 남서부에서는 35% 감소했다.[13] 사고는 관광 산업에서 2만 6000개 이상 일자리와 24억 달러 이상의 사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되었다. [14]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 피해 역시 심각하다. 사고 발생 1년 후 지역사회 남녀 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들 중 20.2%가 불안 장애, 9.4%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 CES-D 척도는 15점까지 정상 수준인데 16점 이상인 응답자와 18점 이상인 응답자가 각각 16.6%와 14.2%였다. 또한 사고 노출 집단이 불안 장애, PTSD를 겪을 확률은 사고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 비해 각각 3.6배, 2.9배 높으며 CES-D 척도의 점수가 16점 이상일 확률 역시 1.8배 높았다. [15]
사우스 앨라배마 대학 사회학과 스티브 피쿠 교수는 현지 사회가 겪은 이러한 사회적∙심리적 타격이 수십 년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피쿠 교수는 지역사회 내에서 일어난 사회적 자본의 급격한 감소와 이혼과 가정폭력, 파산 등 사회의 해체를 지적한다. 그는 이 사고를 "일종의 집합적인 트라우마로 볼 수 있으며 전체 사회가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받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16]
사고 해역 인근의 코르도바 지역은 1988년까지 미국의 8대 어업기지로 불렸지만 지금은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어업 가구 30%가 코르도바를 떠났고, 생선 가공 공장 5곳 중 3곳이 망했다.[17]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가 늘어갔으며 빈곤에 따른 가정파탄과 이혼율 및 자살률이 급상승했다. 이들은 엑손 발데스 소유주인 엑손 모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낸 3만 20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은 호흡기 질환과 뇌종양, 각종 암 발병으로 이미 숨졌다. [18]
1994년 9월 알래스카 연방법원이 엑손 모빌 측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0억 달러를 내라고 평결한 것을 시작으로 긴 법리 다툼이 이어졌다. 엑손 모빌은 이에 즉각 항소했고, 2006년 미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를 그 절반인 25억 달러로 감경했으며, 2008년 6월 대법원은 5대 3의 판결로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를 또다시 줄여 단지 5억 달러만 지급하도록 했다. 1심 판결의 단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금액은 엑손 모빌의 넉 달치 순이익에 불과하다.[19]
제도적 보완 시도
대형 유조선의 출현과 그로 인한 유류 오염 사고는 1960년대 말 이후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으로, 미국도 1970년 이전에는 이 문제를 다루는 실효성 있는 법이 없었다. 하천 및 항구법(Rivers and Harbour Act of 1899), 유류오염 관리법(Oil Pollution Control Act, 1924), 연방 수질 오염관리법(Federal Water Pollution Control Act, 1948) 등이 해양오염을 규율하긴 했으나, 이 법들은 주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및 기술적 원조를 다룰 뿐 오염피해 보상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1967년 토리 캐넌호 사고와 1969년 캘리포니아 해변 석유 시추 플랫폼 폭발 이후에야 수질개선법(Water Quality Improvement Act, 1970)이 제정되어 유류 유출 금지 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벌금 부과와 연방정부의 오염제거비용에 대한 엄격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법과 청정수법으로 알려진 개정법 모두 오염피해를 입은 개인의 손해배상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엑손 발데스 사고가 발생했고, 이때 기름을 제거하는 비용이 청정수법 책임 제한액을 훨씬 초과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더욱 강력한 유류오염법(OPA-90, Oil Pollution Act of 1990)을 제정하였다.[20]
이 법은 유류 오염의 예방, 대응, 책임, 보상에 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으며 이중선체구조 도입, 유류사고 책임 신탁기금 도입, 연방∙주정부∙사업자의 긴급대응 계획 마련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21] 특히 이중선체구조 도입은 마폴(MARPOL)이라고 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으로 인한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from Ships)'에 반영돼 2015년부터 이중선체가 아닌 유조선의 운항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