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시식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2008년 7월 8일 의원회관내 의원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시료 채취조차 할 수 없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시찰단에 대해 전문가들이니까 믿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만들지 말라며 야당의 공세를 괴담 퍼트리기로 규정했다. 과학의 영역을 정치로 오염시킨다고 야당을 나무라지만 정작 과학적 검증을 막고 국민들에게 미신 같은 정권의 믿음을 강요하는 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다.
냉동 소고기에 코를 대 냄새를 맡으며 정부를 믿어 달라던 한승수 국무총리와 세부 일정이나 명단조차 함구한 채 떠나는 시찰단을 믿으라는 한덕수 국무총리, 미국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시식하며 한우보다 맛있다며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갔던 한나라당과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을 화장실 물의 불결함으로 희석해 가며 방류 반대 주장을 괴담이라고 낙인찍는 국민의힘. 닮아도 많이 닮았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팀은 말 한마디 한마디 일본을 편들고 국민 우려를 괴담처럼 취급하면서 우리바다를 지키고 검증하겠다는 이름을 달았다. 국민의힘이 지키려는 바다는 어디인가.
시찰단이란 용어도 그렇다. '두루 돌아다니며 실지의 사정을 살핌' 시찰의 사전적 의미다. '가설이나 사실, 이론 등을 검사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함'이란 뜻의 검증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시찰단 파견을 앞두고 일본은 일찌감치 '한국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증에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협상 테이블에 앉은 우리 대표들은 일본에 이렇다 할 태도 변화나 검증 요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도 변화를 보인 건 우리측이었다. 지난 5월 1일 외교부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검증인가 아닌가 질의하자 외교부 1차관은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그침이 계속되자 '주권 국가가 하는 일을 다른 주권 국가가 들어가서 검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굴욕적 모습이다. 우리 바다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한 원전 오염수 방류 안전성 검증 요구에 대해 일본에 대한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하다니, 이런 관료들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생명, 우리의 바다, 어민의 생계보다 일본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이것만이 아니다. 바다에 방류되는 물의 경우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오염수라는 공식 용어를 처리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하는 윤석열 정부. 그래서 국민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보다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는 윤석열 정부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