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 네 번째)이 과천 청사에서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공수처가 다시 이 문제를 들고나와 송 장관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펼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송 장관이 계엄 문건을 보고받고 법률 자문을 거쳐 국방부 내부 회의에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향후 논란이 되자 회의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복사하여 범죄 혐의로 엮은 것이다.
민병삼 대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확인서 작성과 관련하여 "(송 장관이) 장관의 직위를 이용해 부하들에게 양심 포기를 강요한 것"이라며 사실확인서 작성이 추진되다가 중단된 이유를 "은폐 조작을 시도하다 내가 제동을 걸자 (원본을) 없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장관은 하지 않은 말을 보도한 언론에 정정을 요청하기 위해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한 것뿐이다. 국회 증언에 따르면 그마저도 장관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대변인과 장관 보좌관이 작성을 추진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자기가 쓴 문건을 언론에 흘려 소위 '장관 발언'이라고 보도가 나오자 민 대령은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하나로 국방부가 확인을 요구하자 사실 확인하기를 거부했다. 송 장관과 민 대령은 진실 공방의 당사자인데, 민 대령은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마치 송 장관이 자기를 겁박하여 허위 서명을 강요했다며 양심선언자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의 말만 믿고 갑작스럽게 대대적인 '인지 수사'를 펼치고 있는 공수처의 저의도 의심스럽다. 송 장관은 장관 재임 당시 기무사의 비대한 권한을 통제, 축소하는 방향으로 군 정보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혁 대상인 기무사 간부가 장관을 대상으로 앙심을 품고 항명한 것에 불과한 일을 두고 공수처는 마치 '계엄 문건 수사' 전체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조작·기획된 듯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민 대령은 '계엄령 문건'은 단순 검토 문건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돼 기무사가 해편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를 해산하고, 국회의원들을 구금하고, 전차와 장갑차를 도심 한복판에 배치하는 '단순 검토 문건'도 있는가?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는 '방첩사'로 이름을 바꿔 달고 조직 강화와 확대에 여념이 없다. 평화로운 촛불 시위를 계엄으로 짓밟으려 한 이들이 새 정부에 기생해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공작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전 정권을 잡는답시고 아무 카드나 집어 들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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