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2월 영국 정부에 월경용품 무상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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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국 리즈의 BBC 라디오에 출연한 한 학생이 자신의 월경 경험을 털어놓았다. 11세에 초경을 겪은 이 학생은 식구가 다섯 명인 한부모 가정에 살고 있다. 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돈이 얼마 없어 월경용품을 구하지 못할 때면 속옷에 양말을 넣어야 했다.
이 학생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속옷이 젖지 않도록 속옷에 테이프로 화장지를 붙인 적이 있다. 다른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며 "매달 월경 기간마다 며칠씩 학교에 결석한다"고 말했다.[1]
이 학생의 사례가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 여성이 월경을 하고 있으며, 5억 명가량의 여성이 월경 위생 관리를 위한 적절한 시설 부족으로 '월경 빈곤(period poverty)'을 겪고 있다고 추산한다.[2] 국제 구호 기구 '플랜 인터내셔널'은 월경 빈곤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 월경용품 비용 ▲ 월경 교육 부족 ▲ 낙인을 제시한다.[3]
월경용품 접근성 문제는 월경 빈곤을 다룰 때 가장 자주 언급된다. 8개 저소득 및 중위소득국가에 거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월경 기간에 상업용 월경용품 외에 천, 화장지, 매트리스 폼, 양동이, 기저귀 등을 대안으로 사용했다. 인도의 라자스탄(54%), 에티오피아(41%), 나이지리아(37%), 우간다(36%)에서는 3분의 1이 넘는 여성이 생리대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4] 이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수단을 월경용품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월경 교육 부족 역시 전 세계적인 문제다. <BMC 여성 건강>의 한 논문에 따르면 우간다에 거주하는 14~17세 여성 청소년 3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3.8%가 초경 전 생리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어머니로부터 월경에 관한 주요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이 40.6%로 가장 많아 정규 교육의 부실함이 드러난다.[5]
이 같은 상황은 안전하게 월경을 겪을 권리인 '월경권' 침해로 이어진다. '플랜 인터내셔널'의 영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여성 청소년의 26%는 관련 지식 부족으로 초경 당시 대처 방법을 알지 못했다.[6]
월경을 숨기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는 빈곤 낙인과 결합하여 월경 빈곤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 역시 방해한다. 지난해 발생한 파키스탄 대홍수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에게 월경용품을 배포하기 위하여 풀뿌리 운동 '마흐와리 저스티스'를 설립한 부시라 마누르는 "사람들이 월경을 수치심과 연결 지을 때, 월경과 관련한 문제 또한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7]
월경 빈곤이 초래하는 질병
검증되지 않은 월경용품을 위생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생식기 감염(RTI)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월경 중 생리대 이외의 비위생적인 수단을 월경용품으로 사용하는 여성은 생식기 감염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1.04배 높았다. 가려움, 외음부 자극, 하복부 통증, 배뇨나 배변 시 통증, 요통 등을 포함해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올 가능성 역시 1.3배 높았다.[8]
인도 농촌 지역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의 5.1%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이용했으며 나머지는 집에서 천을 이용해 만든 패드를 사용했다. 이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질염을 앓고 있었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