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암동>을 연출한 이조훈 감독.
필앤플랜
"조사 독려하기 위해 영화 만들었다"
상영 후 간담회에 참석한 이 감독은 "2020년 말부터 사건 제보가 있었고, 2021년부터 그 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을 만나러 다녔다. 피해자 포함 대략 100여 명 정도를 찾아다녔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자행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면서 아이와 부녀자, 노인을 가리지 않고 발포했을 만큼 잔혹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시민 400여 명이 죽임당한 사건이 민주항쟁의 중요한 기점이었다면, 송암동 사건은 그 연장선에 있는 중요한 역사기도 하다. 이조훈 감독은 "전남 도청 사건에 비해 송암동 사건은 사진 한 장, 비디오 한 컷 남아 있는 게 없어서 다큐멘터리로 구성하기에 제약이 많았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 광주 송암동에서 산 하나 건너면 있는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때도 총소리를 들었고, 헬기가 오가곤 했다. 당시 또래였던 전재수, 방광범이 죽었다며 형들이 그리 됐으니 밖에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던 어른들 말씀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 제가 8살이었다. 계엄군 측은 민간인 6명이 죽었다고 했는데 조사위에서 4명을 더 찾았고, 이후 15명 이상이 한번에 사살당한 일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린 (피해자 수를) 80여 명으로 보고 있다.
계속 조사 진행 중인 사안이고, 피해자분들 증언이 대부분이라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선 극영화로 구성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조사를 독려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셔도 된다. 전남 도청 학살도 중요한 사건이지만, 송암동 사건도 민간인 학살을 밝힐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어 그는 "조사위원들에게 조사하다가 막히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피해자나 가해자 입장으로 들어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더라. 저도 그렇게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다"며 "<광주비디오>를 할 때도 (광주민주항쟁) 40주년이라 제대로 된 작업물이 나오지 않으면 욕 먹겠다 싶은 생각에 고민하다 하게 됐는데 송암동 사건을 알게 되면서 40년이 지났는데도 학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그보다 더한 사건이 있었다는 걸 깨달아 더 매달리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