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관련 현장 방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8
연합뉴스
건설노조는 우리 사회가 '애초부터 상정하지 않았던 노동'을 노동의 권리로 만들어 왔다. 그러다 보니 균열과 오해가 발생한다. 애초부터 '노가다'를 위한 '노동관계법'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해와 빈틈에 '그들'은 '혐오'를 심기 시작했다. 일부러 심은 오해.
정부와 일부 언론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월례비'라는 것을 요구하며 건설업체들을 협박한다고 했다. 그러나 월례비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르다. 월례비라는 이름으로 퉁쳐지지만 그 안에는 3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타워크레인 임대사(타워크레인은 자재를 옮겨 현장에 부리는 설비로 건설현장 업무를 시작하는 장비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로 인식된다. 건설사는 대부분 타워크레인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타워크레인 임대사에서 장비를 임대해 사용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이 임대사에 고용되지만 실질 사용자는 건설사 원청이다)가 기사에게 지불하는 연장수당의 성격이다.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기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비 임대료 외에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타워크레인의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월례비란 이름으로 임대사가 지급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종의 '급행료' 성격이다. 한 현장에도 작업 과정에 따라 수많은 하도급 회사가 들어온다. 말했듯 타워크레인은 '공정의 시작'이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의 작업 순서는 그대로 각 업체 공정의 업무 순서가 된다. 업체들 간엔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우리 자재를 먼저 옮겨줘'라며 일종의 급행료가 타워크레인의 뒷주머니로 들어간다. 이 급행료 성격의 월례비는 타워크레인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과거엔 타워크레인 기사의 임금을 이 급행료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할 만큼.
건설노조는 이 월례비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직접 고용과 정당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건설노조로선 이 월례비 수취 관행이 오히려 노조 활동에 장해가 되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지급하는 단체들인 건설업체들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에 "조합원 중에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월례비를 요구하거나 받으면 고발할 것"을 지속해 요청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업체들 중 월례비 지급을 고발한 업체는 없다. 즉, 월례비는 (불법) 하도급이 만연하는 현재의 현장에선 '주는 쪽'이 더 유지하고 싶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규정에 위배되는 공정을 요구하며 기사에게 지급되는 '뒷돈'의 성격이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종종 안전 규정을 위반하는데 이때 협조를 요구하며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마찬가지로 이 같은 월례비 수취를 금지하고 있다. 애초에 건설노조의 탄생 이유가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업무에 대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방침은 현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고용하지 않으려 하는 주요한 이유다. "쟤들은 뭔데 저렇게 말이 많아".
결국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건설노조가 뒷돈을 요구한다는 '소문'은 사실과는 완전히 반대에 있다. 오히려 월례비라는 불법 관행은 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일부 건설사의 옹호를 받는 악습이다. 이는 결국 원청의 관리책임 회피, 직접고용 회피가 만들어 낸 괴물 같은 관행에 가깝다. 이 구조가 계속되는 한 월례비는 이름만 바꿔 존재할 것이다.
건설노조 조합원만 고용하라고 강요한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업은 고용이 상시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현장마다 하청업체를 통해 인력을 고용하는 일시적 간접 고용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노동력 공급에 대한 계약이 아닌 공정 전체를 떠넘기는 도급계약이다.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이 금지하는 불법 도급이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의 관행으로 남아있다.
건설노조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사와 조합원으로 이뤄진 시공팀 단위의 직접고용구조를 만들어 왔다. 다시 말해, 지금 정부와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채용 강요는 일용직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을 요구하는 일상적인 과정이다. 이를 '강요'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행 노동관계법의 한계다. 노동관계법은 이미 고용된 노동자, 상시적으로 일관된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건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요구를 법적인 언어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건설업종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건설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법과 제도가 외면해 와서 발생한 빈틈으로 '의도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 건설노조가 받고 있는 많은 오해들 중 단 두 가지를 설명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말이 필요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건설노조를 향한 공격은 전방위적으로 꾸준히 이뤄져 왔고, 법과 제도에 의한 것이든, 사회적 인식에 기인한 것이든 그 오해는 한 두 줄짜리 문장으로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졸고를 읽는 독자들에게 거듭거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다. 건설노동자는 '노가다'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건물', 우리가 지금 이 글을 읽는다고 앉아 있는 그 건물, 눈만 돌리면 보이는 세상의 모든 건축물을 직접 짓는 엄연한 '노동자'라는 것을 기억하는 일. 그리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노동조합, 건설노동자들이 만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오랫동안 '노가다'로 불리던 건설 노동자들의 삶을 그래서 우리 사회가 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 온 곳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일.
생각해 볼 일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의도된 오해에 속아 넘어간 우리는, 정말 '노가다가 무슨 노조야'라고 생각한 적이 없을까. 은연중에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차별한 적은 없을까. 그 차별과 편견과 오해를 버무려 건설노동자에게,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로 뒤집어씌운 적은 없을까. 만약 그렇다면 건설노조에 대한 의도적인 오해는, 그리하여 노조를 향한 이 치졸한 공격에 박수를 보내는 사회의 천박함은 우리가 만든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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