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랑에 빠졌어,,,", "너 지금 호르몬에 취했구나" 사랑, 인간관계를 논리로 이해하려는 요즘 세대

뇌과학, mbti, 사주 열풍 이어져… 사람과의 관계를 정의내리고 싶어하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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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gaeun7028)등록 2023.05.04 16:10
유튜브 '침착맨' 채널의 영상 중 '연애의 과학'의 제목을 가진 영상을 본 적 있는가? 연애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나의 연애들을 떠올리며 감성에 젖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들었다. 나의 비이성적인 행동들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티빙에서는 'MBTI vs 사주'의 제목을 가진 웹다큐를 제작했다. 말그대로 MBTI와 사주중에 어떤것이 사람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확인하는 다큐였다. 다큐에서는 MZ가 MBTI와 사주에 빠진 이유는 "스펙 경쟁에 내몰리다 보면 자아가 증발하므로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절박한 요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친구들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우리의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연애, 친구관계, 가족관계, 직장상사 등 이야기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보통 연애 상담을 해줄 땐 뇌과학과 MBTI로, 친구관계나 직장상사와의 관계는 MBTI, 그리고 '나'에 관에 말할땐 뇌과학, MBTI, 사주로 말한다. 

 과거에는 감성과 논리 어느하나 치우치지 않고 상대와 대화를 이어나갔다면 상담, 토론하듯 친구들과의 대화가 점점 논리로 치우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왜'이런가 따져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아성찰한다. 더 나아가 나와 함께하고 있는 '당신'에 대해서도 더 이해하려하고 내 자신과의 관계를 더 명확히 하려 한다. 

 3년 전 나는 학교에서 한 선배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게 설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선배를 마주치면 긴장감이 급격하게 올라가며 식은땀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DM으로 한번씩 메세지를 보낼때면 너무 떨리는 마음에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질 정도였다. 

 과학은 이것이 뇌와 소화기관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선배를 보면 배가 욱신욱신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게 마냥 설레기에 그런것이라 생각했지만, 소화기관 속에 숨겨진 '제2의 뇌'로 부터 신호를 받은 것이었다. 

 선배와 연락도 주고받고 한번씩 밥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통 나에게 관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만나면 대화도 잘 통하고 서로 마음에 들었는건 확실한데 왜이렇게 선배의 마음을 알 수 없는걸까? 나는 MBTI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선배는 INTJ였다. INTJ의 대표적인 특징이 논리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어떤 유형을 선호하는지, 어떤 스타일인지는 검색을 통해 배워나갔다. 의사결정, 감정표현에 있어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전공하는 영역과 관심있어하는 영역에 있어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노력한 결과 썸 1달만에 드디어 선배와 만나기 시작했다! 선배라는 필터가 씌어져서인지.. 연애 초라서 그런건지… 밥먹는 모습도 이쁘고 공부하는 모습도 멋지고 함께 있을땐 선배에게 취하는 것만 같았다. 

 "친구야 연애는 진짜 좋은거구나.. 나 정신을 못차리겠어"
 "야 정신차려봐바ㅋㅋㅋㅋ 너 지금 완전 호르몬 뿜뿜이구나?"
 콩깍지 호르몬이라 불리는 페닐 에틸아민(PEA)과 도파민이 나오면 나처럼 사랑에 취하게 된다. 두 호르몬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열정, 행복감, 흥분 긴장, 유쾌함 등을 유발한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연애 초의 나는 나는 하루종일 선배생각에 푹 빠져있을때가 많았다. 그러다 연애가 안정적으로 접어들수록 나는 점점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비교적 감정적이고 무뚝뚝한 경상도여자였던 내가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드러워 졌고, 적대감과 공격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사랑 호르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옥시토신 덕분이었다. 연인간의 유대감을 형성하여 관계를 향상시켜 주는 호르몬인데 타인과의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진정시켜 준다. 

 호르몬 외에도 연애를 하면서 내 모습이 안정적으로 변해간 것에는 선배의 MBTI의 영향도 있는 듯 했다. 먼저 MBTI에서 나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가지고 있었는데, 감정적인 상황에 처할때 마다 선배가 상황 정리를 해주고 조곤조곤 이성적으로 설명해주면서 나는 상황을 차근차근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연애를 이어나갔다. 서로 사랑했고 다투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맞춰나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리는 각자의 진로를 선택하면서 점점 바빠졌다. 설상가상으로 10분 거리에 살던 선배가 이사를 해 더욱 만나기 어려워 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라는 말이 남일 같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공감되기 시작했다. 

 나는 인턴을 시작했고 선배는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다. 일도 하고 약속도 많이 잡는 나는 자유로운 일상을 이어갔고, 선배는 하루종일 공부와 씨름을 이어나갔다.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겨났고 속상함에 서로 화를 내는 일들이 잦아졌다. 

 뇌는 나를 인지하는 영역과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나와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사람이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가깝게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즉, 나와 상대를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에 선배와 나를 동일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통제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화를 내게 된 것이었다. 

반복되는 다툼에 우리는 갈등상황들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는 이별을 맞이했다. 


논리적인 접근과 감성적 접근 모두 필요..

 논리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하고, 인과관계를 따져 해결책을 내는 것 외에 다른 접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리지 않고 '너는 이런 사람이니깐 이렇게 행동할거야'라고 상대를 정의내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연애를 하며,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논리적인 접근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감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도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했다. 논리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바라본 것을 바탕으로 감성적인 결정을 내릴수도 있었다. 

 다만 친구들과 제 3자의 상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때는 감성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논리적으로 옳다고, 이해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많았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감성을 잃지 않도록, 논리에 너무 심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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