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
윤한샘
2005년부터 챔피언스리그와 독점적 파트너십을 맺은 하이네켄은 다양한 광고와 프로모션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2019년 하이네켄이 유로 대회와 UEFA 챔피언스리그, 슈퍼컵 등 UEFA와 맺은 계약은 3년간 무려 1억 2000만 달러(1591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챔피언스리그 시즌인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하이네켄은 경기장 내 모든 광고, TV 중계권과 광고, 티켓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 축구 팬과 소통하고 있다.
하이네켄이 펼치는 티켓 이벤트는 다채롭고 기발하다. 친구를 배신하고 축구장에 온 남자를 주인공으로 찍은 딜레마 편, 축구를 보기 위해 여자 친구에게 준 스파 티켓이 사실 챔피언스리그 결승 티켓이었다는 클리셰 편 등, 몰래카메라를 통해 깜짝 티켓을 선물하는 이벤트는 오랫동안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친근함과 웃음을 주었다.
축구팬들이 챔피언스리그 별과 하이네켄의 별을 동일 시 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 전 세계 수억 명의 축구팬들은 챔피언스리그 테마곡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하이네켄을 떠올린다. 맥주가 스포츠와 연결되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이런 정서적 일체감이다.
하이네켄과 UEFA의 관계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어떨까? 국제연합(UN)보다 가입국이 많다는 FIFA의 맥주 파트너는 안호이저 부쉬(Anheuser Busch)다. 두 공룡의 인연은 3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계약 규모는 7800만 달러(1034억)였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경우에는 무려 1억 1400만 달러(151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호이저 부쉬는 사실 스포츠 마케팅을 개척한 브랜드다. 1953년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 카디널스와 맺은 후원 계약이 최초의 맥주 스폰서십으로 알려졌다. 20세기 안호이저 부쉬가 꿰뚫은 이 통찰은 스포츠와 맥주 산업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지역 스포츠 구단 후원이 상호 간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이 증명되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와 미국 풋볼리그(NFL)까지 확대됐다. 맥주 브랜드뿐만 아니라 스포츠 구단과 협회도 서로 큰 이익을 봤다는 의미다. 도대체 맥주는 왜 스포츠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일까?
우선 맥주가 타 주류보다 낮은 알코올을 가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포츠를 관람하며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것은 성가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성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경기장에 과도한 알코올은 부적절하다. 스포츠가 더 이상 마초들의 놀이터도 아니지 않는가.
맥주가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술인 것도 중요하다. 특히 라거의 청량감은 물을 대신해 본능을 충족시키고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야구 경기장에 비어맨이 있는 건, 약 4시간 남짓한 관람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햄버거나 바비큐 매출을 높이기 위한 파트너로도 맥주 외에 다른 궁합을 상상하기 어렵다.
맥주가 인류와 함께해온 보편적이고 문화적인 감성도 빼놓을 수 없다. 와인이 귀족의 술이었다면 맥주는 민중의 음료였다. 노동자 스포츠로 시작한 축구는 정서적으로 맥주와 같은 피가 흐른다. 전쟁터 같은 피치 위에서 계급장 떼고 맞붙는 축구와 통하는 술은 맥주밖에 없다.
선술집인 '펍'의 문화도 궤를 같이한다. 퍼블릭 하우스를 의미하는 펍은 노동자에게 유일한 놀이의 공간이었고 커뮤니티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삶을 이야기했고 정치를 논했다. 그리고 축구를 보면서 일체감을 느끼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전 세계 리버풀 진성 팬들을 위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