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한국 적대시 하는 표현 곳곳에
외교청서는 한국 영토에 대한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 지배권에 대한 집요한 의지를 표출했다.
또 동해라는 명칭은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표시했다.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 국제연합이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들도 일본해라는 호칭을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사용하는 바다이므로 한국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데도 "유일한 호칭"을 운운하며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강제징용·위안부나 독도와 달리 타협에 의한 해결의 여지가 적지 않은 바다 명칭 문제에서마저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이 정말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발전시키려 하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처럼 한국을 무시하고 적대시하면서도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협력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 외교청서 제1장 '국제정세 인식과 일본 외교의 전망'은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갖가지 과제에 대한 대응에서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북조선에 대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일한·일미한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논할 여지도 없다"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역사문제에 관한 강경한 표현들을 외교청서 곳곳에 배치했다.
외교청서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부분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 기초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언급한다. 이 재단은 사과·배상 원칙에 입각하지 않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2018년 11월에 재단 해산을 발표한 일을 두고 외교청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또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법원의 판결까지 문제 삼았다. 2021년 1월 8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배춘희 등 12명의 손을 들어준 일 등을 두고 "극히 유감이며,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독도에 대해서도 그런 표현이 사용됐다.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계속해서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고 기술했다. 한국의 주권 문제인 군대 배치에 대해서까지 간섭하면서 '불법 점거'를 운운한 것이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며, 한국군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표명은 향후 자위대가 영토 수복을 빌미로 독도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만드는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외교청서는 강제징용과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대해 만일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일한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하게 지적"했다고 설명한다. "심각한 상황",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하게 지적" 같은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개 숙인 한국, 미동도 하지 않는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