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함약회 실천운동)"을 시작합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들께 드리고자 하는 말씀

검토 완료

장창현(memorylane)등록 2023.04.12 09:11
함께 잘 쓰면 우리의 마음을 도울 도구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할 짐이 될 수도 있는 정신과 약의 '함께하는의사결정'을 통한 현명한 사용을 제안합니다. 정신질환의 진단은 다른 신체질환과는 달리 환자 혹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정신과 의사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혈액검사나 영상학적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검사가 부족하다보니 주로 정신과 의사 한 사람의 판단으로 진단이 이루어지고, 진단의 근거가 된 증상 완화를 위한 약 처방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대화를 통한 정신치료가 이루어지지만 약이 뇌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믿음 아래 약물치료도 거의 항상 병행되게 됩니다. 환자는 정신과 진단과 약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의사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쉽게도 여기에서 인식론적 불공평(epistemic injustice)이 발생합니다[1].

약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마음의 힘듦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 소거에만 목적을 두면 사용하는 약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수 있고, 증상에 대한 마음씀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당사자의 삶의 방향성, 가치와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명심할 것은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약의 부작용은 몸의 여러 계통들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은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불편함을 넘어 괴로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부작용은 정신질환의 증상과 혼동될 수도 있어 진료실에서 이를 호소할 때 오히려 정신과 약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있으니까 약을 쓰지 말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험-이득의 저울'을 재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약을 선택해야 합니다. 임상적 이득이 위험성보다 높은 약제를 골라야 합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정신과 교과서에서도 부작용은 '약물치료의 피할수 없는 위험'으로 기술합니다[2]. 부작용을 백과사전 외듯 달달 외울 수는 없지만 환자는 의사로부터 흔한 부작용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의 언어로 보고되는 약 복용 이후의 효과와 부작용 경험이 다음 처방 방향에 반영이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합니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를 진행할 때 치료적 관계를 토대로 회복이 촉진됩니다. 담당 의사를 신뢰할 때 우리는 정신과 약을 지속적으로 잘 복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약이 왜 처방되는지, 어떤 효과를 가질지, 어떤 부작용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궁금하고,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믿는 마음으로 꾸준히 먹으면 나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부족합니다. 이에 우리는 '함께하는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을 제안합니다[3].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토대로 도움되는 약을 살피고,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어 함께 선택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함께 선택한 약을 복용하길 바랍니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와 졸피뎀과 같은 수면유도제는 의존성, 남용 위험성이 있고 장기 사용 시에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금단증상으로 약을 중단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약 조차도 필요 시에는 설명에 근거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치료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이는 치료 효과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함께하는의사결정'은 영국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의료모델이고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관련된 연구사업을 꾸리고 있습니다.

한편, 자기결정권 발휘가 어려운 취약계층이 염려됩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 환자분들, 언어적 소통이 어려운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환자분들의 경우 증상 악화의 이유로 약이 점차 늘어가는 과정을 종종 목격합니다. 가장 중요한 약은 적정 용량으로 사용을 하되 보조적인 약을 덜어간다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이 줄어들 것입니다. 영국에서 2015년부터 시작된 발달장애인의 과도한 정신과 약 처방 줄이기 운동인 STOMP에 따르면,  정신과 약을 너무 오래 복용하거나 너무 많이 복용하거나 혹은 잘못된 근거로 복용을 하게 되면 '체중 증가, 피로감, 심각한 신체적 건강 문제' 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필요한 약의 최소 처방을 요청합니다[4].

진료실에서 단약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듣습니다. 동의합니다.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정신질환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충분한 치료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약의 감량이 가능한 경우라면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치료종결'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항로를 유지하고 착륙하는 것처럼 약을 서서히 높이고, 유지하고, 덜어감을 경험할 수 있다면 저희 스스로 단약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약을 충분히 이용한 후에 덜어가는 과정을 통해 증상 너머의 우리의 삶을 볼 수 있도록, 삶을 좀 더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참고문헌>
1.샌드라 스타인가드 저, 장창현 역. 비판정신의학 논쟁 그리고 임상적용.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0.
2.Kaplan and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11th edition - 29.1 General Principles of Psychopharmacology
3.Slade M. Implementing shared decision making in routine mental health care. World Psychiatry. 2017;16(2):146-153.
4.Stopping over medication of people with a learning disability, autism or both (STOMP) 웹페이지. https://www.england.nhs.uk/learni.../improving-health/st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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