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연금개혁 반대시위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5년에 한 번 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2023년에 실시하기 때문에 연금 개혁이 당면 과제가 됐다. 연금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고 윤석열 정권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정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동시 인상을 추진했으나 경영계의 반대와 정부의 개혁 의지 결여로 실패한 바 있다.
"왜 노동계는 연금 개혁에 미온적인가?" 이 질문은 아마 프랑스와 비교하여 한국의 연금 개혁이 너무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스스로 개혁안을 내지 않고 전문가들에게 맡겨뒀다가 높은 보험료율 제안에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프랑스와 같이 정부안으로 개악 안이 나온다면 한국의 노동자도 지금처럼 말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보험료만 올리고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등 재정 안정화에 기반한 개악 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와 같은 거센 저항을 기대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분노는 해악을 끼치는 자에 대한 미움"이라고 했다. 분노는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중요도에서 그 깊이가 결정된다.
프랑스의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연금은 노후의 존엄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도이다. 프랑스는 이번 개혁으로 최저 연금액을 142만 원에서 168만 원으로 올렸다. 프랑스의 연금액 수준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프랑스 사람들에게 연금이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높은 소득대체율)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우습게도 연금을 개악하려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분노가 섞여 있는 것 같다. 국민연금이 우리 노후에 소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연금 개혁에 대해 노조가 수행할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
노후 소득의 두 기둥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즉 공적연금이 사적연금이나 금융상품에 비해 월등히 우수함을 노동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세대 간·세대 내 연대(소득재분배), 높은 수익률, 국가의 지급보장 등 공적연금은 사적연금과 근본부터 다르다. 원래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에서 해야 하는 일이지만 노조가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적연금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정권일 경우 더욱 그렇다.
한국의 연금 개혁은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 진행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대폭 낮추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2008년 50%에서 시작해 2009년부터 매년 0.5%p씩 낮아지고 있으며 2023년에는 42.5%, 2028년부터는 40%가 된다. 국민연금은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