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앞둔 2일 오후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 경비함정이 소화포를 발사하며 해양영토를 지키고 있다. 2021.9.2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직접 위협하는 러시아 놔두고 독도만
부담스러운 러시아보다는 만만한 한국을 상대로 실적을 거두려는 생각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위 논문은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 겸 총리대신의 후임을 선출하는 2021년 9월의 선거운동에서도 기시다의 집념이 다시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경쟁자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대신, 노다 세이코 전 총무대신도 독도에 대해 강경 입장을 표명했지만, 기시다는 이들보다 한 걸음 나아가 있었다고 위 논문은 지적한다.
상기 총리 후보들의 독도관은 하나같이 강경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기시다의 독도관은 다른 세 명의 후보들과 달리 독도 ICJ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기시다 정부의 독도 정책이 일본 정부가 1954년부터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는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써 독도 ICJ 제소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기시다 총리가 러시아가 점유하는 북방영토보다 한국이 지배하는 독도에 더 집중하리라는 점은 최근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 1월 12일 강제징용 공개토론회를 계기로 윤 정부의 대일 굴욕 기조가 명확해진 뒤인 그달 23일, 기시다 내각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의 국회 외교연설을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다음 달인 2월 28일에는 일본 국토지리원이 독도를 자국 섬으로 집계한다는 것을 표시했다. 윤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독도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본 영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러시아다.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중·러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중·러 회담에 재를 뿌렸다. 이런 기시다 총리를 겨냥해 러시아가 보여준 보복 조치가 있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섬이 포함된 쿠릴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한 일이다.
국내 언론에 보도된 <스푸트니크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2일 국방부 회의에서 쿠릴열도 미사일 배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미국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견제 조치임을 드러냈다. 세르게이 장관은 "미국은 자신의 동맹과 정치적·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며 이 지역에 새로운 안보 구조를 만들고 있다"면서 미사일 배치를 언급했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도 벌인 일임을 표시한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지금 기시다 총리가 영토 수호를 위해 싸워야 할 대상은 푸틴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독도 쪽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사쿠라우치 의원이 쿠릴열도를 언급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독도 ICJ 제소만 강조하던 10년 전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기시다가 독도 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과 싸울 의향이 있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오므라이스와 폭탄주를 놓고 러브샷까지 하면서 파안대소했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다케시마'가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에게서는 독도 수호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윤 정권은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 수호 훈련도 축소했다. <산케이신문> 온라인판인 2월 22일 자 <산케이뉴스> 기사인 '다케시마의 날에 한국 외교부가 공사 불러 항의'는 "작년 5월에 발족한 윤 정권에서는 정례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했다"면서 "대일 배려를 보였다"라고 호평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 2월 22일 나온 외교부 대변인 성명 역시 작년보다 후퇴했다. 작년에는 일본의 행동을 "부질없는 도발"로 표현한 반면, 올해에는 "부당한 주장"으로 낮춰 표현했다. 작년에는 "부당한 억지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반면, 올해에는 "부당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수위를 낮췄다.
기시다 내각은 계속해서 수위를 높여가는데, 윤 정권은 계속해서 수위를 낮추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러브샷을 하면서도 성큼성큼 독도에 다가서는 반면, 윤 대통령은 술잔을 들고 독도에서 물러서고 있다. 이 기세로만 본다면, 독도의 운명은 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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