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튤립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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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화훼 무역 활성화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사랑의 온도가 올라가며 지구의 온도가 덩달아 올랐다. 밸렌타인데이에 하루에 2억 5000만 줄기 꽃이 소비된다.[22] 꽃 한 줄기 당 약 3kg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23]할 때, 단 하루 동안 전 세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75만 톤이 된다.
먼저 꽃을 수출입 하는 운송 부문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콜롬비아가 2020년에 약 6억 6000만 개 줄기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기에[24] 꽃 한 줄기 당 약 3kg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25] 가정하면 연간 약 192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절화 소비국인 미국에서 소비된 꽃의 80%는 수입된 꽃이며, 살펴본 대로 주로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들여온다.[26] 이에 따라 1억 송이 장미를 재배하는 밭에서부터 미국 꽃집으로 운송되기까지만을 고려해도 9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27]
생화의 단계별 탄소 발생 요인은 운송만이 아니다. 전과정을 살펴보면 ▲ 생산(온실에서 재배하면 탄소가 더 발생) ▲ 운송(산지 냉장트럭, 수출입 항공운송, 도착지 냉장트럭. 항공운송 탄소배출량이 해상운송보다 60배 많음) ▲ 포장(운송 포장: 골판지/PVC/셀로판지/기타플라스틱, 판매 포장: 종이/셀로판지/PVC 등) ▲ 사용 및 보관(플로랄폼, 플라스틱 바이알(유지기간을 늘이기 위한 재료), 꽃집 보관 냉장고) ▲ 처분(대부분 쓰레기로 배출하며 매립을 통한 퇴비화가 이루어지지 않음. 미국에서 적절하게 매립해 퇴비가 된 비율 전체의 4%)까지 방대하다.
그린 매터스에 따르면 미국이 2018년에 콜롬비아에서 재배해 자국으로 들여온 꽃만 계산하더라도 냉장 및 장거리 운송으로 약 3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다.[28][29] 우리가 자주 주고받는 장미 한 송이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영국 소비자를 기준으로 케냐산과 네덜란드산이 각각 2.407kg, 2.437kg이다. 네덜란드산 백합 한 송이는 3.478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30]
국제 화훼 산업에서 탄소배출 비중은 '운송' 외에 '생산'도 높은 편이다. 더운 지역인 케냐와 달리 네덜란드와 영국은 일 년 내내 구름이 덮인 북방국가이기에 서늘하다. 자연 재배가 아닌 온실 재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온실을 운영하면 에너지를 쓰게 돼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화훼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늘한 나라에서 재배되는 꽃의 탄소 발자국은 온실 때문에 적도 국가보다 약 5.5배 이상 크다.[31][32]
실제로 네덜란드 온실 원예 산업은 네덜란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 농업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79%를 차지하며 네덜란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33]
최적 온도 및 습도, CO2 농축, 보조 조명, 관개 및 해충 관리를 위해 완전히 자동화한 기후 제어 시스템을 갖춘 첨단 온실을 운영하는 네덜란드는 온실 내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난방이 필수적이며 겨울철에는 조명이 필요하다.[34] 네덜란드의 화훼 회사들은 공동발전기, 열 저장 등 에너지 절약 기술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애를 쓰고 있기는 하다.[35]
화훼산업에는 온실가스 배출 외에 노동력 착취와 살충제 대량사용 문제 등이 존재한다. 2021년을 기준으로 세계 꽃 수출국 5위인 에티오피아는 병충해로부터 꽃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 살충제를 반복 사용한 결과[36] 토지 퇴화 및 경작지 부족, 기후 변화, 물 부족, 화학적 오염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37]
에티오피아 원예개발기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고도 1100~1300m 지대에서 화훼 작물을 재배하는데 병해충으로 인한 손실이 30~40%나 된다.[38] 따라서 살충제 사용을 계속 늘리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사용된 화학물질은 꽃에 잔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체와 지하수로 들어가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39]
세계 꽃 수출국 4위(2021년 현재) 케냐는 자국 화훼산업 노동력의 60~70%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및 인권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다.[40] 탄소와 함께 다른 환경 및 사회적 문제가 주요 꽃 수출국에서 드러남에 따라 세계 화훼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