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소설 <현의 노래>와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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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를 편찬한 서유구(1764~1845)는 중국이나 일본의 장인들은 모두가 오래 전부터 크고 작은 기물에 관지를 갖추었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러한 표지나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좋은 물건과 나쁜 물건을 분간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서유구는 그러면서 장인들을 관장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러한 병폐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 개화파 경제학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박규수(1807~1877)도 서유구의 입장과 같았다.
작품에서처럼 서날쇠 같은 장인이 나라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면 병자호란 당시 우리가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도 않았을 테고, 서유구의 한탄이 제대로 먹히기만 했더라도 조선말 우리는 그처럼 힘없이 외세에 농락당하지 않았을 게 자명하다.
서날쇠는 좋은 나무를 때야 쇠를 잘 구울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양평에까지 가서 참나무를 실어 와서 화로의 땔나무로 쓰거나 그걸로 숯을 냈다. 서날쇠는 화약도 만들 줄 알았는데 대장간의 착화제로 쓰기도 하고, 관아에 납품하기도 했다. 작가는 서날쇠를 그야말로 만능으로 만들었다.
작가는 달군 쇠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때릴 때, 신출내기 숯장이나 풀무꾼이 불똥을 뒤집어쓰고 화상을 입기가 십상이라면서 서날쇠의 대장간에서 쓰던 화상 치료 민간요법도 그린다. 쥐 기름으로 화상을 치료한다는 거다.
쥐 기름이 화상 치료에 어떤 효능을 발휘하는지 아직 명확히 알아내지는 못했다. 다만, 동물 기름과 특정 질환과의 약효 연관성을 요새 한방(韓方)에서도 말하고 있기는 하다. 조선시대 임금들의 피부질환과 치료법을 연구해 책으로 펴낸 방성혜 한의사의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를 보면, 1659년 임금 현종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심한 염증이 생겼는데 돼지기름 연고로 낫게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이 책에서는 다른 동물 기름의 효능도 밝히고 있다. 수탉의 기름은 청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가 있고, 거위 기름은 손발이 튼 데, 오리 기름은 부종에, 곰의 기름은 기미와 두부 백선에, 고라니 기름은 종기에, 오소리 기름은 화상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했다. 한의사는 오소리 기름을 얘기했고, 작가 김훈은 쥐 기름을 말했다. 아무래도 의사 쪽에 귀가 쏠리기는 한다.
요즘 대장장이들한테 물어보면 대장간에서 화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불똥을 뒤집어쓸 일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고 한다. 취재하면서 만난 대장장이 중에는 화상보다는 망치질 과정에서 쇳조각이 튀면서 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크게 다친 경우가 있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안에는 분명 대장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