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사례로 본 한국 관료제 비밀주의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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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규(ghkth)등록 2023.03.14 14:30
제주 제2공항 논란이 뜨겁다.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개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이틀 뒤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제주도에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송부하고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전문 검토기관 중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연구원에서는 평가서에 기재된 환경보전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한국 관료제 비밀주의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사실은 비밀주의뿐만 아니라 형식주의·무책임주의도 심각한 문제다.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매우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그중에 제주 제2공항 추진과정을 모두 외우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의 절차가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주된 정보의 통로는 방송이나 기사(신문, 인터넷) 등이다.
 
그동안 제2공항 이슈가 잠잠하더니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부각되기 시작했다.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가 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주 제2공항 사업 역시 '조건부 동의'결정이 났다. 누군가 '이것은 마치 기습 군사작전과도 같았다.'라고 표현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다고 느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제주도청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추진 여부는 누가 결정하는가? 도대체 누구에게 부여받은 어떤 권한으로 제2공항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가? 필자는 그런 권한을 정부에 준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2015년 11월 10일이 기억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폭탄 떨어지듯 국토교통부에서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온평리로 입지가 결정되었는데, 성산읍 주민들 중에는 이 소식을 TV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
 
2023년 3월 6일, 2015년 11월 10일. 이 두 날만 보더라도 관료들이 얼마나 철저히 비밀주의에 입각하여 일을 추진하는지 알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제2공항 개발사업 같은 큰 사안이 결정되는 과정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러면서 이틀 뒤인 3월 8일 갑자기 또 제주도민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지난 7년 4개월 동안 의견수렴 안하고 뭘 한 건가? 정부가 정한 사업추진 절차를 잠시 제쳐놓고 생각해 본다면 보통은 의견수렴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고 나서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게다가 지금은 환경부가 사업허가를 내준 상황이다. 이것은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할 것인데, 의견은 있다면 한번 내봐'라는 의미가 아닐까? 그동안 제2공항 사업을 하겠다며 진행한 공청회나 발표회 혹은 토론회 등이 모두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필자는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1년 6월경 국토부에서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정보공개청구했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비공개 통보했다. 사유는 정보공개법 9조 5항 의사결정과정 및 내부검토과정에 의거하여 비공개하며, 환경영향평가법 66조 1항 및 동시행령 76조 1항의 1호에 따라 협의 이후 공개될 수 있다고 통지했다. 이 말은 해석하자면 평가서 결과가 나오면 보라는 얘기가 아닌가? 이 지점은 정보독점주의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관료(국토부-환경부-제주도청)는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결과만 통보한다. 일정은 본인들이 결정한다.
 
이게 비밀주의·형식주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정부를 신뢰할 수 없으니 중간과정에 개입하여 문서를 살펴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인데, 길목 입구에서부터 철저히 막아서는 것 아닌가? 마치 콘크리트로 장벽을 세워놓고 절대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 같다. 또한 이는 정보공개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법을 무력화시키는 건 누구인가?
 
이런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의견수렴은 관료의 기만적이고 속임수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인다. 한국 사회가 전체주의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한 사람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저항하려고 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막아선다.
 
또 한 가지 한국 관료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무책임주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이 추진한 4대강사업은 역대 최악의 사업으로 준공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질오염 등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업이다. 게다가 지금도 피해를 주고 있고, 앞으로의 피해도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이 사업을 추진한 관료·정치인·학자·언론인 중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제2공항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부 '조건부 동의'가 나오자마자 기본계획(안)에 벌써부터 6조원 규모에 부지면적, 공항 예정지 위치까지 나온 것도 황당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시간을 끌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하나의 의문점이 있다. 제주도지사로 있던 사람이 갑자기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도지사 전에 국회의원을 했었고, 국회의원 전에 사법부에 있었다. 사법과 입법과 행정을 골고루 돌아가면서 맡는다는 것이 상식적이고 타당한 일일까? 과연 그럼 사람에게 전문성과 책임성이 담보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것은 축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선수로 뛰던 사람이 심판으로 뛰다가 감독으로 뛰다가 혼자 다 해먹는 구조 아닌가?
 
사법에 몸담고 있다가 대통령이 되는 케이스는 어떤가? 그리고 제주도의회에 있다가 제주도 부지사직을 수행하는 것은 어떤가? 한국이 과연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어 있는 나라인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호 견제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구조인지 자체가 의심스럽다.
 
어느 날 갑자기 환경평가서가 통과되는 것은 문제다. 게다가 그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점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환경평가는 요식행위로, 친환경이라는 거짓말로, 이익환원이라는 사기로, 경제성장이라는 기만으로 제2공항이 점철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료들은 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편의를 보장하겠다고 속임수를 쓴 뒤 이익을 챙기려는 강도에 불과하다.
 
한국 관료제는 뿌리부터 심각하게 썩었다. 어쩌면 여전히 관존민비사상(관이 민보다 더 우월하다고 믿는 생각)에 입각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독선적(관료독선주의)으로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건가?
 
관료들은 본인에게 어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권한은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얻은 동의에 기초한 것인가 아니면 강제력에 의한 것인가?
 
이번 기회에 한국 관료제의 썩은 병폐(비밀주의·형식주의·무책임주의·정보독점주의)들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이런 일들(폭탄투하)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전쟁 중 화살에 맞았다면 아프더라도 꾹 참고 화살(썩은 병폐)을 뽑아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오마이뉴스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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