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일차의료 중심으로 종합적인 고령자 건강관리를 보장하기 위해 환자의 다양한 의료정보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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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시범사업 등을 통해 동네의원 중 약 20% 정도에서 별도의 당뇨병 교육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국의 당뇨병 환자가 보편적으로 이용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일차 의료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경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건강 문제를 이미 갖고 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보다는 '전인적' 건강 관리가 필요한 경우다.
여러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이들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 또는 진료과가 늘어난다. 그에 따라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할 검사 항목, 처방받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도 늘어나고 약물 복용법도 복잡해진다. 개인이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령화로 인해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마저 저하되는 경우에는 그동안 개인이 스스로 감당하던 건강 관리가 어렵게 된다. 결국 적절한 돌봄 없이는 건강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적 개입과 함께 적절한 사회서비스 지원을 병행하는 사회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일차 의료 현장에서 개인의 건강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으려면 일차 의료 제공자가 의료 이용 정보를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수집하거나 이미 수집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 예방접종 이력,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은 질병과 처방받은 약물 및 검사 결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는 제도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지원받거나 별도의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도 없다. 따라서 현실에서 의료기관이 이러한 의료 정보를 얻어서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미국 메디케어의 경우 일차 의료 중심으로 종합적인 고령자 건강 관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1회 개인별로 필요한 건강검진 항목, 지금까지 진단받은 질병, 이용 중인 의료서비스와 처방약을 검토한다. 또한 생활 습관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신체 및 인지기능과 우울증을 평가하고, 다른 전문의료기관 의뢰가 필요한지를 검토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2012년부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치매·만성 콩팥병·심부전 등 6개 만성질환 중 2개 이상을 진단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한 일차 의료 전문 인력(종합진료 의사)을 양성하는 등 일차 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이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잘 드러났다. 평소 동네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라 하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을 동시에 이용하는 환자라면 다른 의료기관이 처방한 약물 또는 검사 결과 정보가 필요하다. 그 정보가 제한될 경우 감염병 치료제 처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