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대통령실
2023년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의 여파, 고물가-고금리의 글로벌 경기침체 그리고 미·중·러를 둘러싼 군사, 외교 및 경제의 다중적 긴장 관계가 복합적으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복합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높은 무역의존도와 대중국 무역비중, 정전체제와 복잡한 지정학적 특성까지 있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대비책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할 중대한 국면이다. 과연 한국의 정부, 정치와 사회는 이 복합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작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군 등 대통령의 권한이 미칠 수 있는 권력이 총동원되어 실체가 불분명하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고강도 수사, 감사, 사정, 고소와 고발이 전방위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칼은 지난 정부의 정책, 그와 관련된 부처와 기관들, 비판적 정당, 정치인, 언론, 시민단체, 노조 등을 향해 있다. 과거 군사독재의 엄혹한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들이 버젓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언론은 정적 수사내용을 연일 검찰 발 피의사실로 중계하고, 사법화된 정치인과 대통령, 정권 핵심 관계자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정책과 정치 행위로 대응해야 할 비판과 견제를 공권력을 이용한 보복과 응징으로 대적하는 '보복정국'이다. 숙의와 합리적 설득의 과정을 거쳐 수립해야 할 정부 정책까지도 보복의 수단이 되어,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정책을 지우고 과거로 회귀하는 '보복정책'들이 이어진다.
시대 과제에 대응하여 건설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정당 간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며, 각계각층의 토론으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성숙한 민주주의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정치와 사회의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배가 낭떠러지로 흘러가는데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피할 방안을 놓고 다투지 않고, 전혀 관계없는 사적이고 정략적인 이해의 문제에 매달려 다투고 있는 한심한 형국이다. 그것도 선장의 진두지휘하에서 말이다. 상식의 우선순위에 반하여 정치와 사회의 어젠다가 정해지고 국가의 인적, 물적, 사회적 자원이 고갈되면 결국 중대한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복합위기 국면에 대비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책에는 두드러진 공통점 있다. 위기에 취약한 부문과 계층을 국가재정이 나서서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위기에 편승하여 초과 수익을 획득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여 정부의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및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강조되고 있다.
실각한 영국 내각 답습하는 한국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