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쓰레기 반입금지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볼 수 있는 외부쓰레기 반입금지 경고문
K-휴게소
해마다 명절과 휴가철 그리고 벚꽃 시즌과 같은 행락철이 되면 고속도로는 수많은 차와 사람으로 혼잡해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합니다.
2022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명절 기간 고속도로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는 일평균 50톤이며 명절 기간이 아닌 평일의 경우 20톤이라고 합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대략 8천 톤 정도 되는대요.
물론 여기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진 쓰레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리하는 쓰레기양을 파악한 자료는 없는대요. 제가 남해고속도로에 있는 한 휴게소의 쓰레기 처리량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았습니다.
2022년 해당 휴게소의 연 매출은 140억 원이었고 1년간 처리한 일반 쓰레기양은 250톤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방문 고객의 수와 비례하므로 휴게소 매출 1억당 일반 쓰레기는 약 1.8톤 정도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 중 휴게소 영업으로 발생한 쓰레기는 30%에 불과했고 나머지 70%는 외부에서 반입된, 소위 말하는 불법 투기된 쓰레기였습니다.
한편, 2022년 도공이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207곳으로 총매출은 1조 3658억(부가세 포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매출을 기준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추정하면 2022년 고속도로 휴게소가 처리한 쓰레기는 약 2만 5천 톤 정도가 됩니다. 이 중 외부에서 반입된 쓰레기 비율 70%를 적용하면 최대 1만 7천 톤의 불법 쓰레기가 휴게소에 버려진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공이 고속도로 주변, 졸음쉼터 등에서 수거한 8천 톤을 합치면 최대 2만 5천 톤의 불법 쓰레기가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지에 버려진다는 계산입니다. 물론 추정치입니다만 오차를 감안해서 줄여도 약 2만 톤은 될 것입니다.
불법 쓰레기 처리 비용은 누가?
그렇다면 이 많은 쓰레기는 누가 치울까요? 도공이 수거한 쓰레기는 도공의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떨까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도공이 직접 운영하는 휴게소는 3곳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 중인데요. 도공은 휴게소의 건축 및 시설에 관해서만 비용을 부담할 뿐 운영 및 유지·관리 비용은 전혀 지원하지 않습니다. 즉, 쓰레기는 영업의 결과 발생한 것이든,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든 휴게소의 부담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는 도공이 직영하는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점 업체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은 톤당 25만~30만 원 정도입니다. 고속도로가 도심지와 멀다 보니 운반비가 더 들고 지방에는 폐기물 수거업체가 사실상 독점이라 달라는 대로 줘야 하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고속도로 휴게소가 해마다 쓰레기 처리로 지불하는 비용은 약 70억 원 정도이며 이 중 외부에서 유입된 불법 투기 쓰레기 처리에 약 45억 원 정도 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큰돈은 아닌데요. 하지만 다른 비용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인건비입니다.
휴게소 주차장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는 수거한 다음 재활용 가능한 것과 매립할 쓰레기로 분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략 50톤당 1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청소 노동자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한다 쳐도 270만 원은 지급해야 하므로 쓰레기 1만 7천 톤을 처리하기 위해 매년 10억 원의 인건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불법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약 55억 원 정도입니다.
공공 쓰레기가 따로 있나
누군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무척 화가 날 것입니다. 만약 집이 아니라 가게면 어떨까요? 영업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해서 손님이 들고 온 쓰레기는 가게 주인이 처리해야 할까요?
올해 초 어느 국도 주유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운전자가 귀경길에 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동안 아이가 가져온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그러자 주유소 직원이 "쓰레기는 집에 버려야지"라면서 아이를 막았다며 그 운전자가 섭섭한 소감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은 "주유소에서 나온 영수증, 비닐장갑은 버릴 수 있지만 개인 쓰레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해 작성자는 "꼰대가 될 뻔했는데 오늘 하나 배워간다"고 댓글을 남기고 물러섰습니다.
이런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곳이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정부가 쓰레기 불법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불법 쓰레기를 예방하기 위해 휴게소 등에 간이 수거함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2023년 설 명절 생활폐기물 관리대책 : 환경부).
분리수거만 잘 하면 가져온 쓰레기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릴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도공은 다르게 대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