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되자 사법 당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윤석열 정권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무죄 선고는 사법부가 비난받을 일이지, 윤석열 정부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엄연히 삼권 분립이 헌법에 명문화된 나라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대통령에게 따지는 건 온당치 않다. 대통령의 입김이 검찰에 이어 사법까지 미쳤다는 주장도 확인안 된 추측에 불과하다.
잘못된 판결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사법부가 지탄받아야 한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혐의가 왜 무죄인지 국민들은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사법부는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주가 조작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 김건희 여사를 위한 봐주기 재판이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면 이 또한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법원은 흔히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며 개별 재판에 관해 판결 이외에 별도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잘못된 판결에 관해 아무 설명 없이 넘어가는 재판부의 행태는 못된 짓을 하고 법의 권위를 방패 삼는 권력의 횡포나 다름없다.
국민 주권의 머리 위에 올라선 사법·검찰 권력
법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법의 권위는 판결이 공정하고 정당할 때 지켜진다. 곽상도 전 의원 뇌물 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주가 조작 주범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사법부가 법의 권위를 말할 수 있을까? 법정이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기는 한 건가? 사법부는 국민의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권력도 국민 주권의 머리 위에 올라설 수 없으니 말이다.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은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와 김건희 여사 수사는 극단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서 전 대통령과 야당 정치인을 파헤치려는 검찰의 집요함을 50억 클럽, 현 여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 경선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검찰이 지금처럼 침묵했을까?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인 수사는 거의 다 야당 인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형평성을 상실한 검찰을 정치 검찰, 윤석열 검찰이라 부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정치·경제 권력이 부패했더라도 사법부와 검찰이 온전하다면 법의 정의, 국가의 근간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말 한마디로 국방부를 내몰고 혈세를 써서 대통령실과 관사를 옮길 수 있는 대통령이라도 5년이면 물러나야 한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입법부도 마찬가지다. 4년에 한 번은 국민의 심판대에 서야 하고 때로는 정당의 존립을 위협받는 궁지에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는 권력인 사법부와 검찰은 변화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내부 자정 능력과 국민 여론이 막혀 있는 권력. 오늘날 사법부와 검찰이 법비(法匪) 카르텔로 비난받는 건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심판해야 할 사법부와 검찰이 스스로 권력화 되고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이권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면 그 해악은 상상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