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2000년 2월 22일에 창간한 <오마이뉴스> 지면. 오른쪽은 편집국 기자들.
오마이뉴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세상이 더 넓게 열리고 있던 2000년부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문구로 세상을 놀라게 만든 이곳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시민기자'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내가 적어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사를 다시 찾아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가 아니라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 숨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래도 23년이란 세월동안 오래 버텨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덕분에 '축구-테니스-핸드볼' 등 일부 스포츠 종목의 기사로 매우 구체적인 역사(?) 자료를 켜켜이 쌓을 수도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23살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믿고, 누구에게나 기댈 언덕이 돼 주면서 함께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 속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징징거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어줘서 고맙기도 하다.
23년간 넓혀놓은 '마당'... 시민과 함께 알차게 다지기
나는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이라 불리는 '사는이야기' 말고도 '그룹' '시리즈' '팩트체크' '논쟁' 등 다양한 마당이 열렸음을 최근에 알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양성은 물론 마당의 '깊이'까지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꼭지들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23살 <오마이뉴스>에게 더 바랄 것이 없다. <오마이뉴스>가 그동안 대안언론으로서 일궈온 덕목이 23년 역사 그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23살이니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 본격적으로 변화의 바람을 선도하라는 충고도 있을 수 있다. 그 또한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23살 나이를 잊을 정도로 지금까지 펼쳐놨던 자기 마당 바깥 일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좋겠다. '사는이야기' '그룹' '시리즈' '팩트체크' '논쟁' '오마이북' '오마이TV' '오마이스타' 등의 마당에 깔린 흙들을 지금보다 곱고 섬세하고 단단하게 다지길 바란다.
23년 동안 다져놓은 <오마이뉴스> 마당의 깊이가 얼마나 더해질 수 이는가는 이젠 어쩌면 시민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고, 재미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뜻을 알릴 자료들을 알차게 구성해서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을 열어놨으니, 거기서 더 화려하게 춤을 즐기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아서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오마이뉴스>의 마당이 뭔지 잘 몰랐던 시민들을 더 많이 불러모으는 방법은 '조심스러운 질문들' '모두가 놀랄 수 있는 질문들'이 지면 안에서 샘솟는 곳으로 가꾸게 하는 것일 게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유도하면 좋을 듯하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규정하지 말고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질문-답변 글 이어쓰기' '생각나기'가 이뤄지는 마당을 가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