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 그리고 우리의 선택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검토 완료

조혜진(clairecho)등록 2023.02.14 09:34
얼마전부터 드라마 #사랑의이해 를 보고 있다.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지인이 추천한 드라마이다. 연애드라마인데 현실적인 연애담이라고 했다. 비정한 세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쉽게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자기보호본능과 이성에 대한 이끌림 사이에서 갈등하고 둘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그려진다고 했다. 연애드라마는 별로지만 현실적인 내용은 궁금했다. 그래서 #사랑의이해 를 보게 되었다. 
1회는 하상수의 안수영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아련한 설레임이 가득했다. 하상수, 소경필, 양석현 트리오의 사내 우정 및 그들의 솔직한 얘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알찬 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감초역할을 했다. 영등포시장 앞에 위치한 신협 안에서 일어나는 실적에 대한 압박, 부지점장 노태평의 교실 속 꼴찌들을 다루는 듯한 실적 꼴찌들에 대한 코믹한 분노 장면, 고졸이라는 학력의 허들 쯤 아무 것도 아닌듯 위너스러운 실적으로나 외모로나 여신님인 안수영 주임, 워킹맘 서민희 팀장, 생김새부터 눈치 잘 볼 것 같은 처세술 대마왕 마두식 대리, 능글능글한 술고래 박형수 팀장, 부와 미모, 성격까지 삼박자를 두루 다 갖춘 박미경 대리, 고시 준비생 정종현 청원경찰 등 다양한 인물이 이야기를 각자의 캐릭터를 뽐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하상수는 8학군에서 자랐지만 홀어머니 슬하의 외아들이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 곁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 혼자서 견뎌야했던 외로움과 슬픔이 고졸 출신이면서도 꿋꿋한 안수영 주임의 모습에 대입된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갈등의 여지를 준다. 가지지 못해서 이해 받지 못했던 시간들이 현재까지 따라다니는 하상수는 동창회 자리, 친구들 사이에서 "네가 살던 빌라" 라고 지칭되는,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집을 반드시 떠나고 싶어하던 그 곳으로 기억한다. 낡은 지하 1층 빌라에 살았던 그는 절대로 그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단속하고 다짐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그의 친구 양석현, 있는 집에서 자랐던 그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는 그녀의 가정형편이다. 가슴이 쿵쿵 뛰게 만들었던 그녀의 집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차마 거실이라고 부르기 힘든 장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었던 식사도 그를 갈등하게 만들었다. 그가 나중에 그녀와 결혼을 하면 그의 돈은 모두 그녀의 집으로 흘러갈 것만 같았다. 그러고도 부족해 보일만큼 그녀의 집은 충분히 가난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도대체 뭘까, 가슴이 뛰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설레었던 상대였음에도 서로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결혼까지 이루어지지 못하는 걸까. 양석현은 그가 그의 여자친구를 끊임없이 배려해야했노라고, 나는 가졌고 그녀는 가지지 못했기에 그녀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배려해야하는 점이 불편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별에 힘들어하던 그는 비슷한 환경을 가진, 부모님이 소개해준 상대와 마음 편한 연애를 시작한다.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을 포기하고나니 발레공연관람 같은 이벤트를 자연스레 제안하는 그녀와의 돈 걱정 없는 결혼 생활이 그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안수영에게 끌리는 하상수, 그리고 그를 밀어내는 안수영에게 고시생, 정종현 청원경찰이 다가온다. 그녀와 너무 닮은 그는 원플러스원 바나나우유를 그녀에게 내밀거나 그녀와 같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등 불의의 사고로 잃은 남동생을 다시 만난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야망이 가득한 그녀에게 그는 어딘지 부족해보이는 상대임에 틀림 없다.
멋지게만 보이고 싶었던 내 지난 날도 떠올랐고 부모의 뒷받침 없이 잘 해내기란 쉽지만은 않았던 경쟁도 함께 생각났다. 대충 필요한 조각들만 간신히 이어 붙여서 나도 저들처럼 멋진 사람이라고 우기고 싶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많은 걸 이미 가진 그들 사이에서 하상수처럼 나도 외로웠다.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고 얼마나 많이 고민했던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 고민 없이 괜찮은 결론에 이르기 위해 또 얼마나 애썼던가.
그리고 지금을 돌아본다. 결혼 후 영원할 것 같던 긴 직장생활을 접었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에 노출되는 기회는 잃었지만 내게 집중할 또다른 가능성은 열렸다. 고정적인 현금흐름은 끊겼지만 직장 말고 다른 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반드시 명품을 걸치고 예쁜 몸매를 뽐내야 사랑받는 것이 아님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예측만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인생의 다양한 얼굴들 중 하나와 마주하고 있다. 하나의 가능성이 닫히고 다른 가능성이 열리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드라마의 결말에 하상수는 박미경과 안수영 중의 누군가를 선택할 것 같다. 부모의 재력, 미모, 성격까지 완벽한 박미경과 들판에 핀 들국화 같은 안수영 중 한 명을 선택 하는 동시에 그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몫이고 그의 책임이다. 다만, 그 선택을 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양석현의 삶에서 보듯, 세상은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공식을 제시하고 따르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선택을 하지 않으면 너의 삶은 예상대로 힘들거라고. 하지만 그렇게만 산다면 삶이라는 말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개척하며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지금 당장은 나 혼자이고 외로운 듯 보여도 사실은 비슷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이 내일을 고민하며 선택하고 있다. 단지 솔직하지 못해서 혹은 표현이 어려워서 머뭇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사랑의 이해를 통해서 느낀 건 동질감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늘 예측하기 어렵고 예측은 늘 빗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냥 스스로에게 맞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가장 나다운 선택. 그러려면 가장 나다운 삶을 먼저 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단 한가지라도 내게 자유를 주자. 그리고 발전하는 나를 지켜보며 토닥여주는 매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다보면 나라는 존재에 성큼 다가가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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