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에게 호통치는 마복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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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으로서 얼마든지 의견을 듣고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팀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눈치를 봐가며 침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구성원에게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부족한 점을 드러내도 무시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을 얼마나 주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예컨대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을 해야 하냐'는 듯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눈빛, 목소리, 표정 등 수시로 주고받는 '비언어적 신호'들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 사항을 이행하는 하급자의 태도와 '그냥 하라니까 해야지'하는 상태에서 결정 사항을 이행하는 하급자의 태도는 다르다.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권위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학교에서든, 가족 안에서든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가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 '까라면 까'는 이제 버려야 할 태도다.
'권위적인 사람'은 조직 내 상급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급자의 지시사항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복종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강자나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소수집단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권위주의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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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점은 '권위적인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권위'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결정이 필요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권위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권위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권위적인 사람'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조직의 방향을 위해 오래 고민하고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사람, 실수했다면 곧바로 인정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판단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신의 결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결정에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권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 있는 사람' 역시 조직 내 상급자에게만 필요한 모습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맡은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정확히 판단하고 실행해내는 사람이라면 조직 내에서 그 분야에서만큼은 '권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권위적인 사람'은 필요없지만 '권위있는 사람'은 곳곳에서 꼭 필요하다.
둘러앉아 간식을 나눠 먹던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 보자. 졸지에 '갑분싸'를 만든 팀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그 팀장은 실제로 팀원들에게 늘 칭찬과 격려를 잘해주는 따뜻한 사람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질문에 일순간 얼음이 된 상황에 대해 적잖이 당황했으리라 생각한다. 상처받았을 팀장에게 이 글을 통해서라도 심심한 위로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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