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의 방 천장이 될 판재 작업이 끝나고, 처마 쪽 판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일영
남편은 흙집의 천장이 되는 부분의 서까래 위에다 판재를 자르고 못질을 하기 시작했고, 6일이 지나 대충 완성했다. 하지만 흙벽 밖으로 나온 서까래에 올려야 할 판재 작업이 남아 있었다.
나는 나무망치로 흙벽을 두드리다가 남편이 판재를 올려 달라고 하면, 판재를 서까래 위로 올려 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남편이 판재를 자르고 못질을 하는 걸 보면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내가 보기에 흙벽을 쌓는 것에 비하면 그다지 힘든 작업도 아닌데, 갈수록 진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못을 10개 정도 박고 30분을 쉬고, 또 못 10개를 박고 물 마시고 오줌 누고 내게 말을 걸어서 자화자찬에 빠지고···.
요즘 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개념인 '워라밸'의 균형이 심각하게 편향적이었다. 남편은 지붕 위에서 하는 작업은 원래 속도가 느려진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그저 추레한 변명 정도로 느껴졌다.
남편이 뭔가를 시도해서 아예 실패해 버리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부릴 때 애초에 처음부터 결사반대해서 의지를 꺾을 수 있는데···. 문제는 남편이 내놓는 결과물이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많다 보니, 나는 실패라 여기고 남편은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별명이 '경솔의 아이콘'인 남편은 경솔을 정상이라 여기며, 더욱 경솔해지면서 경솔의 극한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남편이 투덜대며 망치질을 하는 걸 보며 '이제는 경솔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흙집 이거만 끝내고 이제 딴 일은 그만 좀 벌이면 안 될까? 지금 상태를 보면 당신 인생에서 최고 걸작이 나올 거 같으니까, 이걸로 종결을 지으면, 최고 수준에서 은퇴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렇지? 나 잘하고 있지?"
"그럼!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지. 이거 끝내고 괜히 딴 거 뭐 만들었다가, 그게 잘못되면 이 흙집은 재수로 얻어걸린 게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 이걸로 건축 여정은 막을 내리는 게 어때?"
"어쨌든 이 흙집 쿨한 거지?"
남편은 내 말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저 칭찬에만 귀를 쫑긋 세웠을 뿐이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한 말에 힘을 얻었는지, 덜 투덜대며 못 20개 정도를 박고 5분만 쉬는 패턴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어이구, 그놈의 칭찬이 뭐라고···.'
깐죽거리는 게 귀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