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일제 강제징용 배상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본이 내놓은 후보 중에서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하든, 그 어느 것도 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과 한국 국민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배상금에 상응하는 위로금이나 지원금을 받고 끝낼 생각이 있었다면, 이 문제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금전을 받는 게 주목적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배상은 물론이고 사과를 요구하며 80년 가까이 투쟁해온 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의 사과 담화를 계승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가슴에 맺힌 한을 풀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나 아베 담화를 샘플로 내놓고 있지만, 이런 담화들이 과연 계승할 만한 것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나 유족 혹은 피해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제3자가 볼 때도 쉽게 납득되지 않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일본사회당·신당사키가케 연정 하의 무라야마 도미이치(사회당) 총리가 1995년 8월 15일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아시아 각국에 손해와 고통을 준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의 뜻을 나타내고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심정을 표명합니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표현은 상당히 절절했다. 하지만 손해 복구와 고통 치유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역사 연구와 국제교류를 지원하고 평화 우호를 증진시키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피해자들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잘 가르치고 피해국들과 자주 교류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그나마 그 역사교육도 올바로 시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무라야마 담화가 그 이후 역대 담화의 모델이 됐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05년 고이즈미 담화,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2015년 아베 담화 때도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언급됐다.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 여러 담화 중에서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와 함께 기시다 내각 내에서 부상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아베 신조 피격으로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아베파가 여전히 자민당을 주도하는 일본 정치 상황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8월 14일 발표된 아베 담화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라야마 담화를 무력화시키는 요소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무라야마 담화는 여러 한계를 갖고 있지만, 과거의 일본이 잘못된 길을 걸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는 담화였다. 이 담화는 "과거의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 국책을 그르쳐 전쟁으로의 길을 걸어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트리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라고 인정했다.
한국인 우롱하는 일본 정부의 비인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