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전에서 분리된 한국중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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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와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민영화와 경쟁체제 추진 논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것인데, 그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전력시장 자유화는 몇 개의 대형회사들이 독과점 구조로 전력시장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럽의 전력시장 통합과정에서도 소규모 발전기업 및 소매기업들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대형 기업에 인수되었다. 그래서 2000년대 말에는 5개 대형 에너지 기업이 유럽 전체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렇게 영리를 추구하는 독과점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아무리 규제기관을 통해 통제한다고 해도 이윤 추구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돌이켜봐도 판매시장 개방에 이른 것도 아니고 발전 경쟁 단계에서 구조개편을 멈췄음에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효율성의 관점에서 퇴보했다. 과거 한전이라는 하나의 조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던 일을 여러 회사가 나눠서 수행함에 따라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발전 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모회사인 한전이 통합적 관리를 할 수 없게 된 것도 그룹 전체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체제 수립을 위해 진입시킨 민간 대형발전사들이 기회주의적 행위를 통해 초과 수익을 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에서 전력가격이 높게 결정되는 경우 한전은 자회사가 고수익을 누리지 못하게 수익을 환수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에는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국제시장에서 연료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은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참여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기회주의적 시장참여 행태는 한전의 전력 구입비 증가, 전력공급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개방론자들은 새로운 이유를 들고 나왔다. 바로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확대 및 프로슈머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이다. 시장개방주의자들은 공기업이 새로운 방향성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이를 방해하는 구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묘사한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전기차, 소규모 디젤 발전, 프로슈머 등 다양한 분산 자원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시장개방론자들은 재생에너지 및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배전을 분할하고 소매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산 자원 간 거래는 개별 지역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조정하는 것보다 지역별로 중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가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통해야만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대로 분산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배전망의 지역 분할이나 시장개방의 피치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현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소규모 에너지 자원들이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충분히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소매요금이 너무 낮아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분산형 체제의 핵심은 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사용하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는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이 수용가와 발전사들이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배전을 분할하면 전력망이 단절된다.
전력공기업의 판매독점을 깨야 하는 이유로 이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근거는 한전의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전이 석탄과 원전을 가지고 생산한 전기를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너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달성한 주요 원인이 바로 전력시장 개방이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된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판매시장의 개방이 아니라 충분한 보조금 정책이 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우회 민영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