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방식비용률
보건복지부
이 부분이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내용이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
다시 앞의 1990년생 사례로 살펴보자. 이 청년은 은퇴할 때까지 매달 빠짐없이 국민연금 보험료(본인이 월급의 4.5%, 고용주가 4.5%, 총 9%)를 성실히 납부할 것이다(가령 총 1억 원 납부).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그/그녀에게 65세 이후 여생 동안 총 2.5억 원 이상(낸 돈 보다 약 2.5배 이상)을 지급하게 된다. 즉, 현재의 국민연금은 본인이 낸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구조이다.
2055년 당시 30대 청년은 국민연금 내느라 등골이 휜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월급의 30%). 이들은 이게 다 노인들에게 국민연금을 너무 많이 지급하기 때문이라 믿는다. 2055년 당시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어서 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나는 지금 국민연금을 내지도 않고, 늙어서 받지도 않겠다'며, 국민연금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더 많이 내든지(보험료율 인상), 늙어서 덜 받겠다(소득대체율 인하)고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이것이 '염치가 있는' 사람의 올바른 태도라는 것이다.
중요한 가정이 빠졌다
여기까지 보면 국민연금제도를 시급히 개혁해야 할 것만 같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더 걷거나 덜 받거나 혹은 이 둘을 모두 시행해야만 할 것 같다.
이런 판단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주장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 잘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문제는 '가입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그것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국민연금에 세금(국고)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가령, 위 표에 따라 '부과방식비용률'을 계산할 때, 30%를 부담해야 하는 주체는 오직 가입자뿐이다.
이를 두고 나는 과거 칼럼에서 국민연금제도에도 '각자도생의 원리'가 철저히 관철돼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국민 모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전체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수의 비중)은 2020년에 38.3%, 2030년이 되어도 48%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는 2055년에도 약 33%의 노인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 인구 수로 보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 수는 2035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최고 78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율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제도적 결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젊어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으면 늙어서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정확히 각자도생의 논리이다.
'안 냈으면 받지 말라'는 주장을 연장하면, (이자를 제외하고) 납입액과 수급액이 같아야 한다. 정확히 민간 보험과 같다. 평균 소득 이상의 소득자는 민간보험이 낫다. 국민연금에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수익비가 낮기 때문이다. 다시 질문하자. 민간 보험사와 똑같은 원리(작자도생의 원리)로 운영할 것이라면 왜 굳이 국민연금은 존재해야 할까?
인간 사회에는 정부와 공공의 영역이 담당할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치안을 생각해보자. '나는 내가 알아서 지킬 테니 경찰 같은 거 필요 없고, 그러니 세금 내라고 하지 말라'거나, 혹은 '아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니(사실이 아니지만), 경찰이 보호할 필요가 없어'라고 말할 수 없다.
치안은 모두의 문제이며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의무다. 이것이 '공동체적 대응'이다. 이 책임은 각자의 자발성에 맡기면 잘 지켜지지 않으므로, 정부가 이를 강제하기 위한 권한을 공동체로부터 위임받아 실행한다.
노인의 경제적 안정이란 문제 또한 치안의 문제와 같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늙으면 경제적 활동이 제한된다.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제란 점에서 치안과 노후 경제적 안정은 같은 성질의 사회적 문제이고, 대응 방식 또한 같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두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민연금제도는 철저하게 가입자와 비가입자를 구분한다. 또한 국민연금 보험료에는 '꼬리표'를 달아놓고, 걷은 돈 내에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못 박아 두었다.
반면 치안의 경우 이를 유지한다는 명목(꼬리표)으로는 세금을 따로 걷지 않는다. 노인 연금과 치안이 공동체 모두의 문제이고, 모두의 책임이란 점에서 질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전제에 동의할 수 있다면, 왜 이렇게 구분해야 할까?
꼬리표가 달린 국민연금과 그냥 걷는 세금(전자를 기금, 후자를 정부의 일반예산이라 부른다). 이것이 국민연금에 각자도생의 원리를 관철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모두 이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진다.
다음 표를 보면 그 현실적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 표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가져왔다(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번 제5차 계산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