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당국이 16일 도쿄에서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국장급 협의를 했다. 이날 일본 외무성에서 열리는 국장급 협의에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여했다. 서 국장이 한국 언론에 한일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8일,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이틀 앞두고 일본 언론이 강제징용(강제동원)에 관한 일본 정부 입장을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정부, 사죄 계승을 설명하는 쪽으로'라는 기사에서 정부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이렇게 보도했다.
"정부는 전 징용공 소송에서 한국 원고들이 요구하는 일본 측의 사죄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배상을 한국 재단이 대신 인수하게 하는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정식 결정하면 과거의 정부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차 설명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표시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들의 불법행위책임을 대신 떠안는 방안'을 최종 결정하면 일본 정부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시한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가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고 한국 재단이 대위변제하게 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지난 12일을 전후해 일본 정부는 '구상권도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를 부각시켰다. 책임을 대신 떠맡은 한국 재단이 문제가 마무리된 뒤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변상을 청구할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이를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최종안' 속에는 대위변제뿐 아니라 구상권 포기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그런 방침을 확정하면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다.
같은 날 <산케이신문> 보도에서는 일본 정부가 사과하거나 배상할 의향은 없다는 점이 재차 강조됐다. '단독: 한국 화이트국가 회복 검토, 징용공 지켜보고 판단'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문제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한국에 대한 2019년 경제보복의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하면서 사과·배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쇼와 40년(1965)의 일·한 청구권협정으로 징용공 문제는 다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30일에는 서울에서 일·한 국장급 협의가 열릴 예정이라, 일본 측은 재차 이러한 생각을 전할 계획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다뤄진 것은 강제징용·위안부·강제징병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반 민사채권이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징용·위안부·징병 청구권도 그때 다 해결됐다면서 사과·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 입장을 30일 국장급 협의 때 재차 강조한다고 했으니, 배상은 물론이고 사과도 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사과의 뜻을 담은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할 수는 있지만, 새롭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힌 사람이 사과·배상한 다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용서하고 마무리하는 게 순리다. 위의 보도들에 나타난 일본의 해법은 이와 정반대다. 한국이 마무리하면 자신들이 후속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후속 행동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사과·배상이 아니라 과거의 사과를 계승한다는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일본 정부가 언론에 흘린 것이다.
반성을 행동으로 증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