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프레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수엘 작가 첫 개인전

검토 완료

이은희(gangmin)등록 2023.01.22 11:29
군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일수 교수의 첫 개인전이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방학 동안 연구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와 있는 이 교수는 작년에 국내에서 아트페어를 통해 화가로서 데뷔했다. 예명은 수엘이며 첫 개인전의 제목을 <다시 생각하는 프레임>이라 했다. 

20일 오전에 열린 오프닝에서 작가는 '프레임' 혹은 '틀'이라는 개념이 학술 세계에서는 통상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여러 일들도 프레임"이라고 하며, "주어진 프레임을 수용하면서도 그 너머도 볼 수 있는" 그런 "중립적인 시선"을 작품에 담아보려 했다면서 취지를 밝혔다.
 

수엘, <결2> ⓒ 이은희

 
프레임 다시 생각하기

수엘 작가의 중립적인 시선은 중용 혹은 균형을 찾아가는 노정이기도 하다. 고단한 것을 고단하게만 보지 않기, 아픈 과정도 흔적으로 인정하기.

작가 본인이 현관에 벗어놓은 구두를 그린 작품 <구두>에서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피로가 묻어나기도 하지만, 그 신을 신고 달렸을 주인의 강인함도 함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굴곡진 성장의 흔적을 보여주는 나무의 단면을 담담하게 담은 <결 2>에 대한 작가의 설명도 그런  "중립적인 시선"에 대한 비유다. 

"인생이 아픔이나 트라우마가 없는 이가 없는데 그것이 다시금 우리 각자의 결이 된다" 

아픔이나 트라우마를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이 품고 서로 따뜻하게 응시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작가의 "중립적인 시선"이 닿아 있다.  

사람과 참새

물난리로 인해 자동차도 물에 잠기고 서로 바라보는 연인 혹은 부부를 그린 작품 <큰 비 그친 후>에 대해 작가는 "자동차가 없으면 걸어서 가면 되지" 하는 수준의  낙천주의를 부여하고 "도시를 등지고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는" 모습이 담긴 작품 <수영하는 여자 2>에서는 도시와 사람의 대립을 대립으로 표현하지 않고 '등짐'과 '자족'의 대처방법으로 표현했다. 

  

수엘, <큰 비 그친 후> ⓒ 이은희

 
<플란체하는 남자>에 대해 작가는 "하늘이 준 내 몸에 대한 연구와 보살핌"이 주제라고 한다. 물론 내 몸을 연구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전제된다. 

<균형>에서는 플란체 하는 여자 아래 검은 연기 같은 익명의 도시가 보인다. 사실은 안간힘을 쓰고 사는 것이지만, '균형'이라고 한다. 녹녹치 않은 환경이지만, 이를 넘어 스스로를 지켜야 할 인간 조건에 대한 인식은 담담하다.  

<출근길>에 등장하는 참새는 작은 자리를 차지하지만, 쉽게 눈에 들어온다. 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새들도 출근했구나" 하고 제목 지으려다 <출근길>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한다. 우리들의 일상 속에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찬란한 빛깔

"수엘"이란 예명을 쓰는 작가의 첫 개인전 제목 <다시 생각하는 프레임>이 인문학자와 화가로서의 이중적인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면, 전시된 작품들은 앞으로 수엘 작가가 펼쳐나갈 작품 세계의 주요 지점을 몇 가지 원형으로 제시한다.
 

수엘, <창작자>, <결1> ⓒ 이은희

 
사람, 삶, 생명에 관한 작품 외에도 유튜브, 구글 등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매체에 대한 염려를 담은 <창작자>, 어둠 속에서 뿜어나오는 휴대폰의 푸른 빛을 염두에 둔 <블루라이트맨> 등은 매체 비판적인 세계관을 반영하는 한편, 영롱하고 찬란한 주변 자연을 물방울 파문 <결 1>은 화가의 심미안 그 자체를 전해 준다. 

 

방문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는 작가 수엘 (이일수 교수) ⓒ 이은희

 

오프닝 후 한국문화회관 관계자들과 함께. 박선유 대표 (맨왼쪽), 수엘 작가 (가운데)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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