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군막사 시설물 일부.
성낙선
DMZ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강 철책선은 1970년대에 무장 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철책선 제거 작업이 시작된 건 2012년부터다. 고양시가 앞장섰다. 시는 오랜 기간 끈질기게 군과 협의한 결과, 1차로 행주산성에서 김포대교까지 약 3km에 해당하는 구간의 철책선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후 작업은 재차 난항을 겪다가, 2019년에 이르러서야 김포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8.4km에 이르는 구간의 철책을 마저 걷어내며 마무리됐다.
철책선을 제거한 자리에는 앞서 보아온 대로 자전거길과 생태탐방센터 등을 조성했다. 물론, 이것으로 한강하류에 설치했던 철책선과 초소들이 전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양시의 경우, 일부는 이곳에 철책으로 만든 장벽과 그것을 지키는 초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적 유물로, 일부는 장항습지 같은 곳에 찾아드는 철새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고양시 위로 북한과 좀 더 가까이 있는 지역의 철책선과 초소들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그대로 여전히 엄격한 통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물샐 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시설들도 고양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유산으로 남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변화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고양시의 철책선 제거가 그 전조가 될 수도 있다. 이어서 김포와 파주에서,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DMZ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장월교 부근 하천 하구에서 백로 한 마리와 청둥오리들이 무리를 지어 서 있는 풍경을 보게 된다. 게다가 어디선가 갑자기 왜가리 한 마리가 물가 갈대숲으로 날아들더니 몸을 숨긴 채 머리만 살짝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근방이 철새 도래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백로와 왜가리 같은 철새들을 한꺼번에 보는 일이 흔치 않다. 이것으로, 여기에 오늘 내가 겪은 놀라운 일 하나를 더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