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8일 법제처는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됐다고 밝혔다.
법제처
"만 나이로 하면 30대가 되나요?"
"아니오."
"아, 아쉽네요."
신년부터 '한국인들이 2살씩 어려진다'는 뉴스가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했다. 시큰거리는 손목이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다.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눈이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날이 갈수록 삐걱거리는 몸뚱이는 그대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7일 공포해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 통일법' 이야기다. 각종 법령,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하게 말해 해가 바뀔 때마다 1살씩 증가하는 한국식 '세는 나이' 계산법을 공문서에 적지 말라는 안내다. 일상적 관계가 아닌 공식적인 곳에서 '세는 나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약국 봉투 나이'로도 익히 알고 있었다. 변한 건 없다.
그런데도 지난 한 해 법 개정 소식을 전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여전히 일상에서의 '세는 나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신년에 서른, 마흔, 쉰의 경계를 넘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시작한다.
"내년이면 마흔인데 뭐 하나 이뤄놓은 게 없다"며 갑작스럽게 인생을 한탄하고, 심지어는 "내년이면 반오십"이라며 일부러 나이를 먹고 아직 반오십이 되지 않은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야 남을 수 있겠지만 그 좌절이 단순히 나이의 문제는 아니었을 텐데도 말이다.
나이는 아무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숫자다. 나를 구성하는 숫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몸무게도 열심히 먹어야만 늘어날 수 있고 연봉도 열심히 일하고 협상해야 늘어날 수 있다. 태어난 이래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매시간, 매분, 매초 늙어가는 것이 인간이고 그것을 편의상 숫자로 표현해 둔 것이 나이다. 내가 이 지구에 떨어진 순간으로부터 얼만큼이나 멀어졌는지에 대한 표시.
흘러가는 시간에 가만히 몸을 맡겨두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나이에 뭘 했네, 마네' 하며 나이로 자신과 타인의 성취를 판단하는 의미 없는 행위는 독특한 한국의 서열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형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주위의 압박에서 시작되는 억압이다.
한국의 나이 문화, 서열 문화에 대한 비판은 사실 지겨울 정도다. 수많은 외국인이 각종 매체에서 한국의 나이 문화의 생경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나이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할 정도다.
나이를 공개하고 서열을 만들어낸 후에야 대화 가능한 한국의 나이 문화는 다양한 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나이 적은 팀장이 불편해요, 나이 많은 후배가 불편해요, 손아래 동서가 나이 많아서 불편해요 등등. 한국의 기괴한 나이 문화가 소통을 가로막는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너무나도 많다.
나이는 한계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