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2023년 대통령 신년사 중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할 말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사라진 구시대 유물이다. 이런 기대는 하이예크와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 속에서나 작동할 법하다. 기업투자는 기대수익에 따라 움직이며, 기대수익은 시장전망이 긍정적일 때 높아진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경제가 활성화할 이유가 없다.
여러모로 윤석열 정부와 성격이 비슷한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4대강 사업'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패,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재앙 등 수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필자도 잘 안다. 그 모든 부정적인 유산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조차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을 두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게는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 경기침체, 복지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축소, 기업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며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큰 충격은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 복지 사각지대의 차상위 계층에게 미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정책 기조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노동개혁', 즉 노동시장 전환과 노조의 협상력 약화다. 윤 대통령식으로 표현하면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귀족노조'를 잡겠다는 것이다.
나름 일관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된다. 불황기에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악'으로 보는 정권에게 어울리는 정책 기조다.
노조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들이 있지만, 필자는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 전개'라는 글에서 전투적 경제주의를 표방한 대기업 노조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혁신·제품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가 꾸준히 실질임금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이 노동비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생산공정의 모듈화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상승을 압박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했고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요인이기도 했다. 반면 일본·유럽 등지에서 노조의 협상력 약화는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원인이기도 했다.
윤석열식 반노조주의에는 이런 역사적 결과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무지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이 이 국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