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 배상 문제 해결책 발표 전망을 보도하는 <산케이신문> 갈무리
산케이신문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그 같은 방안을 한·일 공동이 아닌 한국 단독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와 다른 방식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합의처럼 일·한 양국 요인의 대면 형식은 취하지 않고 한국 측이 단독으로 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희망대로 해결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일본의 성의표시만큼은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의 사과 표명과 더불어 얼마간의 금전 출연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산케이신문> 보도대로 흘러가면, 일본은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하기는커녕 발표 현장에 나올 필요도 없게 된다. 위안부 합의 때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대신이 한국에 찾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현 외무대신이 한국을 찾아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 발표로 사안을 봉합하면, 윤석열 정부의 대일 협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발표 현장에 일본 측을 참여시키지도 못할 정도라면, 2015년 합의는 물론이고 1965년 한일협정보다도 훨씬 못한 외교적 굴욕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1965년과 그 이전에 우리 국민들은 굴욕 협상을 그만두라며 거국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윤 정부가 단독 발표로 문제를 봉합하게 되면 1965년보다 더 굴욕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우리 DNA 속의 식민지배 상처를 다시 한번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거짓 주장을 내세우면서 윤 정부를 상대로 '해결책을 갖고 오라'고 요구했다. 윤 정부가 단독 발표로 종결시키게 되면, 이는 그간의 협상이 일본 측에 해결책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식민지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결책을 보여주고 승인을 얻고자 그처럼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최종 발표를 하기 전에 "원고단이나 지식인들이 참가하는 공청회에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공청회가 윤 정부의 최종 입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이제까지 윤 정부가 개최한 민관협의회나 4자 현인회의(현자회의)가 국민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산케이신문>은 "공청회는 결론에 도달하는 절차의 최종단계"라고 보도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공청회는 문제를 종결짓기 전에 거쳐가는 형식적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곧 한국군 장병 굴욕으로 이어질수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이처럼 윤석열 정부를 움직여 강제징용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려 하는 것은 이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일 군사협력을 안정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반격능력 제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공식 협조를 끌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선제타격이나 다름없는 반격능력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려면 주일미군과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협조도 절실히 요구된다. 비상시의 반격능력 행사에 대비하려면, 북한·중국과 인접한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자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보다 강력한 군사정보 공유 시스템이 한·일 양국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는 1일자 보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으로부터 군사 첩보를 신속히 제공받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게 되면, 윤 정부가 위와 같은 군사협력을 과감히 실시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기시다 내각은 윤 정부를 움직여 징용 문제를 조속히 종결지으려 할 수밖에 없다.
징용 문제의 봉합이 한일 군사협력 안정화로 나아가는 전 단계라는 사실이 한국의 운명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금 방향대로 흘러가면 식민지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안보에도 커다란 불이익이 생기게 되리라는 점이다.
징용 문제를 굴욕적으로 봉합하는 쪽으로 일본과 손을 잡게 되면, 다음 단계인 한일 군사협력에서 한국군이 일본군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징용 피해자들의 굴욕이 한국군 장병들의 굴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965년의 굴욕적 협정이 대일 종속적인 경제관계를 초래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계에서도 한국은 대일 굴욕의 굴레에 계속 갇히게 된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의 굴욕적 한·일 협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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